▶ 부상자 133명...사망자 중 여성 87명, 외국인 26명
▶ 3년 만의 ‘노마스크’ 수만명 운집...좁은 골목서 뒤엉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이날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사고현장의 모습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다.<연합>
29일 밤(한국시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났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30일 오후 5시30분 기준 여성 1명이 추가로 숨져 총 사망자가 15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여성은 98명, 남성은 56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 경찰은 사망자 154명 중 153명의 신원을 파악해 유족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다.
미확인 사망자 1명에 대해서도 계속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앞서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153명이 숨지고 133명이 다쳐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폭 3.2m, 길이 40m, 경사도 10% 정도의 좁고 경사진 길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태원 일대에서는 3년만에 맞은 '노마스크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인 이날 밤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10만명 가량의 인파가 모이면서 골목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행인이 가득 찼고, 한순간에 대열이 산사태처럼 무너지면서 참사가 났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밤 10시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했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뒤엉키면서 사상자가 급증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10시 15분께부터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사람이 깔려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수십 건 접수했다. 사고 직후 해밀톤 호텔 앞 도로에 수십 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하지만 인파로 가득 찬 골목에 구급 차량과 인력이 진입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구호가 늦어졌고, 그사이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9시 기준 151명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중상자 중 2명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해 153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133명 가운데 37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망자 153명 중 97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폭 3.2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아 버티는 힘이 약한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는 12개국 20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중국·이란(각각 4명)·러시아(3명)·미국·프랑스·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각각 1명) 등이다.
대형 참사 발생에 정부는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3시 50분부터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임시 버스 2대를 운영했다. 평소 주말 첫차보다 약 40분 이른 시각인 오전 5시부터 지하철 6호선 상·하행에 1대씩 임시 열차 2대를 투입해 시민의 귀가를 도왔다.
현장에서는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구조를 지휘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도착해 수습 작업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오전 9시 50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유럽 출장 중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네덜란드에서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오 시장은 오후 5시 40분께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사고 대응 현황을 보고받고 상황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