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빨리 또는 느리게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을‘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라고 한다. 발생 즉시 돌연사하는 부정맥부터 무시해도 되는 부정맥까지 다양하다. 부정맥 중 하나인‘심방세동(心房細動)은 정상적으로 뛰어야 하는 심장박동이 느닷없이 빠르게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심방세동은 고령인의 10% 정도가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은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데, 나중에는 고혈압처럼 대중적인 질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심방세동 자체는 돌연사를 유발하는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온몸에 피를 순환해 주는 펌프라고 할 수 있다. 윗집인 심방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전기를 만들어 아랫집인 심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그런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의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하듯 후루룩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심실도 영향을 받아 혈액이 힘차게 방출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심방세동이다.
심장이 콩닥콩닥 두근대거나, 불규칙하게 뛰면 불안한 느낌이 든다. 실제 일부 환자는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기도 한다.
심박출량이 줄어들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찬 느낌, 무력감을 호소하는 분도 있다. 이와 달리 아예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진은선 교수는 “심방세동이 일단 발생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해도 당장 심실의 심장박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윗집이 떨게 되면 아랫집도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박동하긴 하지만 급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심방세동이 돌연사를 유발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평생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경험할 정도다. 심방이 파르르 떨면 안에 있던 피가 심실로 내려가지 못해 고이고, 그 결과 피가 뭉쳐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은 조기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는데, 환자가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 검사로 쉽게 진단된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를 몸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생활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된다. 1일에서 2주일까지 다양한 기간 동안 검사를 할 수 있어 부정맥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1년에 몇 번씩만 증상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뜸하다면 평소 들고 다니다가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간이 심전도 기기를 이용한다.
이 밖에 심장 부위 피부에 작은 칩을 넣어두고 기록하는 삽입형 심전도 기록장치도 있어서, 최장 3년까지 기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가 보급되면서 부정맥 경고 문구가 떠서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 치료다. 당뇨병ㆍ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 나이와 뇌경색 앓은 경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이라면 비교적 초기이므로 약을 써서 적극적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해 치료를 한다.
약을 써도 부정맥이 강하게 튀어나오는 환자는 고주파로 해당 부위를 지져주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하게 된다. 심방세동을 예방하려면 금주와 금연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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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