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더플랜잇’이 개발 중인 순식물성 닭가슴살. [더플랜잇 제공]
에어 프로테인의 공기단백질로 만든 타코. [에어 프로테인 제공]
육류 생산은 전 인류의 짐이다. 옥스퍼드대학(영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네덜란드)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가축으로 고기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기가줄) 수준이다. 그밖에 물 367~521L, 토지 190~230㎡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무려 1.9~2.24톤에 이른다. 환경에 부담이 되는 육식이건만 줄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식물성 단백질이나 배양육 등을 활용한 대체 육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술의 생태계 교란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리싱크엑스의 연구에 의하면, 2035년쯤 정밀 발효로 생산한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10배 정도 저렴해질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의 양강구도이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이선 브라운이 설립한 대체육 제조 기업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미주리대학의 푸훙셰와 해롤드 허프의 기술을 라이선스로 받아와 2012년, 고급 슈퍼마켓 홀푸드를 통해 대체육 치킨 스트립을 시판했다. 현재는 쌀과 완두콩을 활용해 생산한 대체육을 KFC, 서브웨이, 칼스 주니어, 던킨 도너츠 등의 프랜차이즈와 테스코, 홀푸드, 세이프웨이 등의 도소매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비욘드 소시지, 비프, 비프 크럼블(간 고기), 저키(육포) 등이 주요 제품이다. 경쟁업체인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보다 맛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싸지 않다. 국내 기준 햄버거용 패티 227g 두 장이 1만3,000원(100g·5,720원)으로 투플러스 한우 등심과 비슷한 가격대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창립했다. 콩 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활용해 생산한 헴(heme)에 맛과 향을 가미해 대체육을 만든다. 2016년 버거킹과 함께 회사의 첫 제품인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한 이래 임파서블 소시지, 치킨 너겟, 미트볼, 포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헴은 임파서블 푸드의 핵심 성분이지만 걸림돌이기도 하다. 임파서블 푸드는 헴을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기술을 사용한다. 그 탓에 GMO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다. 현재 임파서블 푸드는 월마트, 크로거를 포함한 2만 곳 이상의 식료품점과 버거킹, 디즈니 월드를 포함한 4만여 곳의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으로는 식물성 대체 식재료를 연구하는 더플랜잇이 있다. 2017년 3월 창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계란을 넣지 않은 마요네즈와 크래커, 대체육을 쓴 비빔밥 간편식 등 다양한 대체식품을 선보였다. 시판 중인 순식물성 ‘잇츠베러 마요’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1kg을 쓸 경우 동물성 마요네즈 대비 3.4그루의 나무, 22배의 물 그리고 8.54㎠의 대지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낸다.
더플랜잇은 머신러닝의 힘을 빌려 순식물성 식품을 개발한다. 3만 가지 이상의 식품을 분자 단위로 쪼개고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30만 가지 이상의 식품 성분을 확보해 조합하는 방식이다.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는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선 소에게 옥수수를 10㎏ 이상 먹여야 한다”며 “콩을 직접 가공해 소고기의 맛과 향을 낸다면 지구온난화부터 영양불균형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콩이나 쌀 등 식물을 활용하는 대체육 다음으로는 공기에서 추출하는 단백질이 개발 중이다. 스타트업 키버디가 공기 중의 미생물을 이용하여 ‘에어 프로테인’이라는 단백질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의 과학자들은 우주비행사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식품 조달 시스템을 연구했다. 대상 가운데 하나로 공기와 인체의 장에 서식하는 영양 박테리아 산화수소체가 있었다. 산화수소체가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먹고 단백질을 생산하니 이를 활용하면 우주비행사들이 섭취할 단백질을 현장에서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현실화되면 우주비행사들이 숨을 내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전환할 수 있었다. 1967년 12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었지만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그리고 반세기도 더 지나 물리학 박사이자 키버디의 소장인 리사 다이슨이 현실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산화수소체를 발효시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공기의 성분 즉 이산화탄소와 산소, 질소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여 동물성 단백질과 동일한 아미노산 조성을 가진 에어 프로테인을 생성하는 원리다. 산화수소체는 공기 중 성분인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라니 대기 발효제를 흩뿌리면 단백질 분말로 바꿀 수 있다.
수직 공간만 마련되면 외부 요건과 상관없이 실내에서 단백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에어 프로테인의 장점이다. 이산화탄소를 먹고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에어 프로테인은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순도 99%의 단백질이며 아미노산 함량이 육류에 비해 2배나 많다. 과채류에서는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B를 비롯해 미네랄도 풍부하다. 에어 프로테인을 가공해 대체육류품은 물론 파스타, 시리얼, 셰이크 같은 다양한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키버디의 자회사가 설립돼 식품을 개발 중이다.
솔레인 역시 에어 프로테인처럼 미생물을 통해 생산하는 단백질로 핀란드 헬싱키의 스타트업 솔라푸드가 개발하고 있다.
공기중의 물을 재생 전기로 수소 및 산소로 분리한 뒤 생산 주체인 단세포 미생물에 이산화탄소, 산소와 미네랄을 공급한다. 그러면 단세포 미생물이 먹고 아미노산, 탄수화물, 지질, 비타민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수분을 걷어내고 고운 단백질 가루로 가공하면 솔레인이 된다.
100퍼센트 자연 발효를 통해 얻은 단세포 단백질은 식물성도 동물성도 아닌 가운데, 에어 프로테인과 비교하면 단백질 성분이 좀 낮아 더 대중적이다. 솔레인은 단백질 65~70%, 지방 5~8%, 섬유질 10~15%, 미네랄 3~5%를 함유해 말린 콩이나 해조류와 매우 흡사한 세포 구조에 철분, 섬유질, 비타민B군, 비타민A(베타카로틴으로) 인체에 필요한 아홉 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
핀란드 라펜란타대학의 부교수이자 솔라푸드의 최고경영자 파시 바이니카는 솔레인의 개념이 원래 1960년대 우주 산업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솔레인은 대중적인 제품을 지향하는 만큼 빵과 파스타 등에 뿌리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머지않아 공기를 활용해 생산한 단백질이 콩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날이 올 것이라 전망한다. 솔레인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육류 생산의 1% 수준이며, 기존의 단백질 제품들보다 물도 적게 사용하며 심지어 광합성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농업 기반 식량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안정된 공급, 윤리 및 환경 문제 없는 생산 방식의 솔레인이야말로 그런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단백질이라는 것이다.
베타카로틴 때문에 오렌지색을 띠는 솔레인은 중립적인 맛을 띠고 대두단백과 흡사해 어떤 음식의 단백질로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에는 이미 밀가루에 섞어 파스타나 바오(중국 찐빵)를 만드는 솔라푸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미트볼 같은 음식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유럽과 영국에서 식품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2021년 공장에서 4백만 끼니분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솔레인은 550만 유로(약 71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가운데, 전기의 생산 가격을 고려했을 때 2025년쯤이면 생산가가 콩과 비슷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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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