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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남성의 ‘고환’은 왜 부었을까?

2022-10-04 (화)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K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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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B씨가 “건강검진에서 단백뇨가 나왔다”라며 근심 가득한 얼굴로 진료받으러 왔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부와 서로 건강검진 결과를 교환하자고 한 약속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예상치 않게 단백뇨가 나온 것이다. B씨는 비만도 아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없다. 젊고 혈기 왕성한 청년인 만큼 건강검진을 받은 경험도 없어서, 언제부터 단백뇨가 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소변과 혈액검사에서 단백뇨가 확인됐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진 과정에서 특이한 증상이 하나 확인됐다. B씨의 고환이 부어 있는 것이었다. 남성들의 고환 부종은 종종 발생하는 증상이다. 원인도 고환염이나 부고환염, 외상, 외부 충격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콩팥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돼 구조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했다. 그 결과 B씨에게 ‘호두까기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콩팥에서 나온 정맥 혈관은 대동맥과 소장-대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상장간동맥 사이를 통과해 대정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대동맥과 상장간동맥의 경우 사이의 Y자 모양의 공간이 좁아 콩팥 정맥이 눌리면 왼쪽 콩팥에서 나온 혈액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정체된다. 그러면 왼쪽 콩팥에 나쁜 영향을 끼쳐 단백뇨, 혈뇨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호두까기 기구에 눌리는 것 같다고 해서 ‘호두까기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호두까기증후군이 있으면 혈뇨, 단백뇨 외에 옆구리 통증도 나타날 수 있다.

필자가 K영상클리닉 김승협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콩팥병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223명을 대상으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한 결과, 184명(15%)이 호두까기증후군으로 확인된 바 있다.

호두까기증후군의 영향은 왼쪽 콩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왼쪽 콩팥 정맥은 중간에 남성의 고환이나 여성의 난소에서 나오는 정맥과 연결된다.

콩팥 정맥이 도로라면, 고환이나 난소에서 나오는 정맥은 골목길쯤 된다. 도로가 정체되면 도로에 이어진 골목길도 막히는 것은 당연지사. 고환이나 난소에서 나오는 정맥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고환이나 난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남성들의 경우 고환 부종,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들은 난소에서 이어진 정맥의 정맥류, 생리불순, 생리통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고환, 난소 정맥 혈액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는 난임 또는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불임을 걱정하던 B씨는 나중에 비뇨의학과 검사에서 정자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안도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았는데도 원인을 찾기 힘든 고환, 난소 이상 증상이 있으면서 단백뇨가 함께 있다면 초음파검사로 호두까기증후군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호두까기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우선 왼쪽으로 누워 잠자는 방법을 실천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대개 단백뇨와 고환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된다. 단백뇨가 심하면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호두까기증후군은 대개 마른 체형이거나, 다이어트로 갑자기 살을 뺀 사람들에게 생긴다. 그래서 약간 살을 찌우면 호전되기도 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K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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