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예술계 거장의 20여년 인연이 꽃피운 결실...신 소설가 60여년 문학적 무게 압축된 ‘가사’ 전설적 뮤지컬 작곡가 정민선씨 손에 명곡으로 탄생
▶ 총 12곡 수록...뮤지컬 배우 서영주, 이혜경 노래
북가주 문학계의 거장 신예선 소설가와 전설적인 뮤지컬 작곡가 정민선씨가 제작한 CD음반 ‘나의 인생 허밍버드’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신예선 소설가의 삶이 녹아든 주옥같은 가사에 천재 작곡가 정민선씨가 입힌 멜로디가 더해져 끝없이 날갯짓하는 허밍버드와 같은 신 소설가의 인생을 마치 한 편의 뮤지컬 대작으로 보는, 아니 듣는 것 같은 느낌의 음반이다. 20여년간 지속된 두 사람의 고귀한 인연의 결실이자 팬데믹 속 몸도, 마음도 지친 북가주 동포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안의 메세지다.
신예선 소설가는 “20년 전 정민선 작곡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와 함께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만 있다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후에야 꿈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하루는 TV속 첼리스트 요요마가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내가 만 번도 더 들은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는 뉴스 토막을 봤다”며 “그 순간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나도 코로나 사태에 이웃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솟구쳤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신예선 소설가가 무려 10곡을 작사, 그의 동생인 신해선씨가 2곡을 써 정민선 작곡가의 손을 거쳐 울림이 깊은 명곡들로 태어나게 됐다. 한국의 실력파 뮤지컬 배우 서영주, 이혜경씨가 노래한 ‘나의 인생 허밍버드’ CD음반에는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정민선 작곡가는 “작곡하기 쉽지만은 않았다”며 “선생님이 작사한 가사들은 60여년간 쌓은 문학적 무게와 깊이가 압축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하자면 괴테의 초기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는 깊이가 다른, 마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같은 느낌”이라며 “그만큼 이 음반은 선생님의 인생 그 자체를 함축시킨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55년 이상 피아노를 치며 깊고 풍부한 음악적 어휘를 쌓아온 정민선 작곡가기에 이같은 명곡들로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정 작곡가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르멘’, ‘안악지애사’ 등 한국 대형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전설적인 인물로 2001년 한국 뮤지컬 대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작곡가는 “‘음악은 문학의 시녀’라는 말이 있듯이 가사에 따라 어떤 음악적 어법이 필요한지가 매우 달라진다”며 “‘나의 인생 허밍버드’는 가사속 담긴 문학적 깊이에 맞게 곡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신예선 소설가는 가사를 찬찬히 읽으며 음악을 들을 것을 추천했다.
‘나의 인생 허밍버드’ 음반은 수록된 12곡 중 여러 곡이 신예선 소설가의 저서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신 소설가의 처녀작 장편소설 ‘에뜨랑제여 그대의 고향은’부터 ‘무반주 발라드’, ‘외로운 사육제’, ‘광화문 이야기’, ‘나의 인생(원작 심포니를 타는 허밍버드)’ 등 신 소설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가사를 보고, 음악을 듣는 순간 반가움과 향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각 곡이 마치 200~300장의 문학 작품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옮겨놓은 듯하다는 정민선 작곡가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신예선 소설가는 “우리 인생에는 의학도 필요하고, 과학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고 정신이다. 이것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고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과 문학이 합쳐졌을 때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하다”며 “‘나의 인생 허밍버드’가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모든 북가주 동포들에게 위안과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 20여년간 이어온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이렇듯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예선 소설가는 ‘에뜨랑제여 그대의 고향은’, ‘무반주 발라드’, ’심포니를 타는 허밍버드’ 등 다양한 장단편 소설을 발표했으며, 이중 1966년 발표된 '에뜨랑제여 그대의 고향은'은 ‘한국의 소설 30편’에 선정돼 1985년 KBS 특별기획 ‘소설극장’으로 전파를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같은 제목의 주제곡은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조용필 노래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일본의 유명가수 피터 야마구찌씨도 일본어로 번안,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신예선 소설가는 지난 2012년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문학작품 외에도 ‘SF 한국문학인협회 창립’, ‘SF 한국 문학지 창간’, ‘SF 한국 문학캠프 창설’및 본보에 25년간 계속되고 있는 '여성의 창'을 시작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등 차세대 문학도를 발굴, 양성해온 북가주 한국문학의 ‘산증인’이다.
정민선 작곡가는 독일 소설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국에서 뮤지컬로 창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쓴 소설이자 4막의 오페라로도 제작된 ‘카르멘’과 한국 자체 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연세대와 국민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훌륭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티뷰론에 자택을 두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중이다. 정민선 작곡가 역시 과거 SF 매스터코랄의 전신 에클레시아 합창단을 지휘하고 북가주 문학단체에서 강연하는 등 북가주 한인포사회는 물론 한국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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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