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 소수 ‘자살하면 지옥 간다’라고 생각

2022-09-13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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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사회적 유행병으로 우려하는 미국인 급증, 2020년 자살 충동 경험자 1,220만명이나 달해

▶ 충동 시 ‘988’(자살 예방 센터)서 도움받을 수 있어

미국인 소수 ‘자살하면 지옥 간다’라고 생각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사진은 한 코로나 장기 후유증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로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로이터]

9월은 자살 예방의 달이다. 자살률이 높아지면서 2008년부터 9월을 자살 예방의 달로 지정했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미국에서만 4만 5, 979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11분마다 1명이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같은 해 1,22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성인은 자살 충동을 경험할 정도로 자살이 미국 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떠 올랐다.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라이프 웨이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부분도 자살을 전염병 수준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은 종교와 학력, 인종, 연령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라이프 웨이 리서치가 작년 9월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자살을 사회적 유행병 현상으로 지목했다. 자살이 코로나 팬데믹처럼 사회적으로 급속히 확산 중인 심각한 현상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한 것이다. 응답자 중 44%는 자살이 사회적 유행병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2014년 실시된 전화 설문 조사에서 자살을 유행병으로 보는 응답자는 56%였는데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 자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친구나 가족을 자살로 잃었다는 미국인은 36%에서 39%로 소폭 증가했다.

한편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23%만 자살 행위가 자동적으로 지옥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을 밝혔는데 이 같은 비율은 2014년 조사 때와 동일하다. 또 자살을 이기적인 행위로 여기는 미국인도 많지 않았다. 약 38%에 해당하는 미국인 자살을 이기적인 행위로 규정했는데 이 비율 역시 2014년 조사 때(36%)와 큰 차이가 없었다.

기독교 교단과 예배 출석 횟수에 따라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랐다. 복음주의 교인으로 밝힌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자살을 이기적인 행위로 규정했고 약 39%는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면 비 복음주의 교인 중 ‘자살은 이기적’, ‘자살하면 지옥 간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각각 35%와 1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종교가 없다고 밝힌 미국인 중 ‘자살은 이기적’, ‘자살은 지옥’이라는 생각에 반대하는 비율이 각각 64%로 가장 높았다. 또 한 달에 한 번 미만 예배에 출석하는 교인 중 자살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율은 36%로 낮은 편이었다.

주변 사람의 자살을 경험한 경우에도 자살을 심각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했다. 가족이나 친구를 자살로 잃은 응답자 중 무려 86%가 자살을 사회적 유행병으로 지목했다. 또 여성 중 주변인을 자살로 잃었다는 비율이 43%로 남성(34%)보다 높았고 이로 인해 자살을 유행병으로 여긴다는 비율도 85%로 남성(70%)을 압도했다.

스캇 맥코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는 “예수님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듯 우리도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라며 “각자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자살 행위는 매우 비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주변인 자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988’(자살 예방 센터)로 전화 또는 문자를 보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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