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37세 여성이 LA 인근 윈저 힐스의 교차로에서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시속 100마일로 질주, 여러 대의 차량과 충돌해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은 심부름을 나섰거나 의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만삭의 임신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한 순간의 사고로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발표가 나왔다. 올해 1분기 교통사고 사망자만 9,56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늘어났고, 2002년 1분기 이후 최고수치로 집계됐다.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미국에서 거의 4만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이 역시 그 전년 대비 10.5% 불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보행자 사망은 7,342명으로 1981년 이후 최고치였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숨진 사람은 985명으로 198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왜 갑자기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늘었을까? 과속운전, 난폭운전, 음주운전, 보복운전(로드 레이지), 부주의 운전(스마트폰), 뺑소니가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라고 경찰 당국은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이런 운전행태가 급증했는데, 이는 스테이 앳홈으로 거리가 한산해진 틈을 타 과속운전이 늘어난 반면, 경찰의 단속은 상대적으로 줄어 위험한 운전습관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격리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난폭운전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최근 LA 일대에서는 교차로를 막고 차량 스턴트 묘기를 펼치는 이른바 ‘스트릿 테이크오버’(Street Takeover) 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개통한 6가다리는 불법 레이싱과 위험천만한 스턴트 행위, 기물파손, 낙서 등이 자행돼 수차례 폐쇄됐었다.
미국생활에서 자동차는 발이고 운전은 일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칫 한 순간에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살인병기’이기도 하다. 갈수록 살벌해지는 도로환경에서 무사히 차를 운행하려면 안전운전, 방어운전, 양보운전으로 자신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처와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하려는 지역정부의 노력이다. 차선을 줄이고, 횡단보도와 스트릿파킹을 늘리고, 중앙분리대를 만들고, 도로변에 나무를 많이 심기만 해도 과속운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운전자와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에게 친절한 도로환경의 재정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