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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색깔이 불그스레하거나 피가 섞여 나오면…

2022-08-0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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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소변 색깔은 맑은 황갈색으로 옅은 맥주 빛깔을 띤다. 소변 색깔은 소변의 농축 정도와 성분에 따라 정해진다. 적혈구의 대사 산물인 빌리루빈(bilirubin)이 간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약한 노란색을 띠게 된다. 그런데 소변이 불그스레하거나 피가 섞여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 같은 혈뇨는 단순한 증상에 그칠 수 있지만 사구체 손상이나 요로결석, 심하면 방광암ㆍ콩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혈뇨는 심한 운동ㆍ외상ㆍ감염ㆍ콩팥병ㆍ약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정확히 진단을 받은 뒤 걸맞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연 1, 2회 소변·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혈뇨가 생겨 병원을 찾으면 소변검사, 요세포 검사, 방광 내시경검사, 필요에 따라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 검사를 받는다. 남성은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콩팥 속 사구체 손상, 혈뇨 발생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하고 혈액 속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거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콩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핵심 필터가 바로 ‘사구체(絲球體ㆍglomerulus)’다. 사구체는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가느다란 혈관 뭉치로 각 콩팥에 100만 개씩 존재한다.

사구체가 손상되면 소변으로 혈액과 단백질이 빠져나가 갈색 혹은 피와 비슷한 색이 보이는 혈뇨와 거품이 많은 단백뇨가 나타난다. 손상이 심해질수록 단백뇨가 더 많이 나오며 손상된 사구체는 회복되지 않고 소실돼 숫자가 점점 감소해 만성콩팥병으로 악화된다.

사구체는 다양한 이유로 손상될 수 있다. 혈관 뭉치이기에 고혈압ㆍ당뇨병 같은 혈관을 손상시키는 질환이 오래되면 사구체가 망가질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의 면역학적 손상도 사구체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감기 등으로 몸에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구체를 공격하거나 사구체에 존재하는 단백질에 항체가 생겨 사구체가 손상되기도 하고 몸에 쓸데없이 많이 생긴 항체, 특히 IgA 항체가 사구체에 쌓여 손상을 일으킨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사구체신염은 조기 발견 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투석(透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방치하면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져 평생 투석하거나 콩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요로결석 30~50% 5년 내 재발…수분 섭취가 예방법

요로결석은 소변이 만들어져 수송ㆍ저장ㆍ배설되는 길(요로)에 돌이 생기는 현상이다. 소변에 칼슘 및 여러 성분이 뭉쳐서 커지면서 만들어진다. 요로결석 환자의 90% 이상이 미세 혈뇨가 나타난다. 5~10% 정도는 눈으로 혈뇨가 관찰된다.


구교철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갑자기 옆구리 통증과 혈뇨가 생긴다면 요로결석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결석이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콩팥 결석은 별다른 통증이 없다가 수분 섭취량이 많아 소변량이 늘면 옆구리가 아플 수 있다. 반면 요관 결석은 옆구리나 늑골 척추각(옆구리에서 등에 가까운 쪽 부위)에 통증이 생긴다. 옆구리를 약간만 두드려도 매우 아프다.

무더운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수분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분 손실로 결석이 생기기 쉽다. 또한 여름철 햇볕에 많이 노출돼 비타민 D 생성이 활성화돼도 결석 위험이 증가한다.

결석 크기가 4, 5㎜ 이하면 60~80%가 수분 섭취와 약물 치료로 자연 배출된다. 크기가 6㎜ 이상이거나 위치가 상부 요관이면 몸 밖에서 충격파를 발사해 결석을 부순 뒤 자연 배출되도록 유도한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요로결석 환자의 30~50%가 5년 이내에 재발하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하루 2, 3L 정도의 물을 마시면 된다”고 했다.

◇방광암ㆍ콩팥암도 혈뇨 증상 일으켜

방광암이나 콩팥암 등 비뇨기계 암에 걸려도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소변을 만들어 배출하는 요로계에서 발생하는 암 가운데 가장 흔한 방광암 환자의 85% 정도에서 혈뇨가 발생한다.

박관진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혈뇨는 방광암ㆍ신우요관암을 비롯한 비뇨기암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전문의들은 혈뇨 환자를 진료할 때 비뇨기암 발병 위험을 우선 고려한 후 암 발병 여부를 정확히 진단한다”고 했다.

혈뇨는 소변이 빨갛게 보이거나 짙은 갈색이나 검붉은 색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혈뇨 증상 환자 중 실제 방광암이 원인인 경우는 12% 정도에 불과하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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