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인플레 수수료 2달러
▶ 건강관리 수수료 3달러 등 ‘슈링크플레이션’과 유사
“이젠 식당에서도 수수료를 받는 건가?”
지난 4월 중순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 사는 리지 스티븐슨은 ‘로마노의 마카로니 그릴’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마치고 계산서를 받았을 때 어리둥절했다.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라는 명목의 금액이 적혀 있어서다. 그는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가 무엇인지를 검색해야 했다.
수수료는 2달러에 불과했지만, 안 그래도 물가 상승에 짜증이 난 그에게 수수료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셈이었다. 그의 집주인이 바로 한 달 전 월 임대료를 150달러 올렸고, 그는 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릴 요량으로 파트타임 임시직을 막 구한 상황이었다.
이 식당은 홈페이지에서 이 수수료와 관련해 “거시경제적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일시적인 2달러 수수료를 추가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당들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대신 이같이 새로운 수수료를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식당 체인 ‘록 엘름 태번’은 고객들에게 ‘건강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음식값의 3%를 부과하고 있다.
이 체인점은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이 시작하기 전에 주당 2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주려고 이 수수료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일손이 부족한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고 록 엘름 태번 운영자는 설명했다. 보스턴의 해산물 식당 ‘솔티 걸’은 팬데믹 초기 ‘주방 감사 수수료’를 추가했다. 직원들이 일터로 복귀하도록 종용하기 위해서였다. 이 수수료를 받아 직원 1인에게 시간당 5달러를 더 주고 있다.
판매정보시스템(POS·포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이트스피드’가 자사 고객 식당 6,000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에서 올 4월 사이 서비스 수수료를 추가한 식당이 36.4% 늘었다.
이런 관행은 과자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무게, 수량, 크기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유사하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고객들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수수료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