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UC 버클리서 ‘한국문학’ 10년 강의 후 떠나는 권영민 교수] “세계문학의 무대위에 한국문학 세우려 노력”

2022-05-11 (수) 손수락 기자
크게 작게

▶ 1992년 버클리에 첫발, ‘한국문학 세계화’ 위해 다양한 활동

▶ ‘샌프란시스코 문학지’ 발간등 지역 한인문학 발전에도 기여

[UC 버클리서 ‘한국문학’ 10년 강의 후 떠나는 권영민 교수] “세계문학의 무대위에 한국문학 세우려 노력”

권영민 교수가 7일 10년간 한국문학을 강의했던 동아시아어 문화학과 강의실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UC 버클리 동아시아 어문화과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던 권영민 겸임교수(74)가 버클리에서 생활을 마무리 하고 5월 18일 한국으로 귀국한다.

UC 버클리 초청으로 1992년 12월 버클리에 첫발을 디딘 권영민 교수는 30여년동안 세차례에 걸쳐 초청을 받아 총 10년간 한국 문학을 강의 했다.

권영민 교수는 버클리대학에 와 있는 동안 강의와 아울러 국제 한국문학 심포지엄, 한국문학 번역 워크샵등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또 권교수는 대학 캠퍼스에만 머물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문학지’ 발간과 특강으로 지역 한인들의 문학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서 노력 했다.


권영민 교수를 7일 버클리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인터뷰를 통해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위한 활동을 들어봤다.

- 버클리대학 강단을 떠나는 소감은 ?

▲제가 32년동안 근무했던 서울대학교를 퇴임한 것이 2012년인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버클리대학에서 제 학문의 마지막 단계를 정리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세계 최고로 손꼽는 가장 자유로운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위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수행하였다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이제 강단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저를 믿어주고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특히 버클리대학에서 만났던 많은 학생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버클리대학은 어떤곳인지요?

▲버클리대학은 저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버클리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친 것은 모두 세 차례였습니다. 1992년 12월에 버클리대학의 초청을 받아 처음 이곳에 왔고2년 동안 한국문학을 강의했습니다. 또 1999년 에 3개월, 그리고 세번째로 다시 온 것이 2014년이니 모두 합치면 10년이 넘는 세월 강의를 했습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막연한 목표를 마음 속에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세계문학의 무대위에 한국문학도 자리를 하나 차지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제 개인적으로는 버클리에서의 생활이 한국문학의 현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돌아보며 세계 문학의 흐름 속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버클리대학에서 목표나 계획하였던 일은?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제가 버클리대학에 다시 올 수 있게 된 것은 삼성전자가 버클리 한국학센터에 한국학 발전 기금 3백만 달러를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2014년 당시에는 한국문학 담당 교수도 버클리에는 없었기 때문에 제가 겸임교수로 초청을 받게 된 셈이지요. 이렇게 오랜 기간 체류할 계획은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한국문학 담당 교수 자리까지 버클리대학에 만들 수 있게 되어 자연스럽게 목표에 접근한 셈입니다.

- 한국문학 연구와 교육에 관해 한 일은 ?


▲첫째는 버클리대학 동아시아어문화학과에서 한국문학 강의를 담당한 일입니다. 매 학기 2과목울 강의했는데 강좌마다 30명 내외의 학생이 수강했으니 수백명이 이 강의를 거쳤지요. 버클리대학 한국학은 전공 과정이 아니므로 모두 선택과목으로 처리되지만 그 가운데 몇몇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둘째는 한국학센터의 사업으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조직했던 일입니다. 영어권의 대학에서 최근 박사과정을 마친 소장학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학위논문을 소개하는 국제 한국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한국문학 연구의 새로운 경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여러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이 직접 참여하여 한국학의 실태를 소개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조성하기 위한 국제회의도 개최하였습니다.
또 세계 각 지역에서 한류 붐이 불고 한국문학 작품이 폭넓게 소개되고 있지만 영어권 대학에서 강의용으로 쓸 만한 입문 단계 개론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공저로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What is Korean Literature?)를 출간했습니다. 미국 대학 출판부에서 국문학 교재가 나온 것은 처음이지요. 동아시아어문화과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영문 교재의 필요성을 느껴 초고 준비와 출간에 4년의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매년 한국학센터에서 번역 워크샵을 통해 실제 작품 번역의 절차를 실습하도록 했습니다.

- 버클리대학 한국학의 현실과 앞으로 과제는?

▲버클리대학 동아시아어문화과는 중국학, 일본학, 동양 불교학 분야가 독자적인 전공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한국학은 여전히 부전공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교수도 한두 명이 더 충원되어야 하고 교과과정도 좀더 다양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아마 학교 당국에서도 한국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곧 전공과정으로의 승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해 봅니다.

- 한국문학계의 저명 작가 초청 강연회 개최는 ?

▲한국학센터의 연례 행사로 한국의 작가와 시인 가운데 새로운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경우 이를 소개하기 위해 초청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신경숙, 조경란, 편혜영 등이 이곳을 거쳐갔고 시인 가운데에는 고은, 오세영, 조오현, 문정희, 김승희, 이시영, 이재무, 정끝별 등이 자작시를 낭독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지요.

-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해야 할일은 ?

▲한국문학은 여전히 세계문학에서 아주 작은 영역에 속합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나 작품도 별로 없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번역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한류라는 이름의 문화적 추세가 확장되고 있어서 문학의 영역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번역이 많이 나와야 하며 해외 대학에서의 한국문학 연구도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한국문학에 관한 외국 고급독자의 양성이 그만큼 중요하지요.

- 샌프란시스코 한인 문학을 위해 한일은 ?

▲미주 지역의 한인문학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이곳 북가주 지역의 경우는 30년전에 제가 처음으로 소설가 최태응, 신예선 선생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문학지' 발간등 한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도왔던 일이 있습니다. 이제는 미주 한인들의 한국어 문학 만이 아니라 코리언 아메리칸 문학으로서 영어로 쓰는 문인들의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소설가 이창래라든지 ‘파친코’의 이민진 등과 같은 작가가 많이 등장하여 한인의 창조적 역량과 예술적 감성을 더욱 높여나가길 바랍니다.

- 동아시아도서관에 서적 1만 2천권을 기증한 이유는 ?

▲버클리 대학 동아시아도서관은 아주 특징적인 성격을 갖춘 지역학 전문 도서관이지요. 그래서 동아시아도서관의 장재용 박사와 상의하여 서울 연구실에 있던 모든 한국문학 관련 도서를 2016년에 기증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출간된 한국문학 관련 도서가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연구자나 학생들이 이용하기 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버클리에 작은 기여를 한 셈이니 마음 뿌듯합니다.

- 귀국후 계획하고 있는 일은 ?

▲학자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여기는 정년이랄게 없지요. 나는 학자로서 교수의 길을 걷기로 한 사람이니 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입니다.
지난 2014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한국 현대비평의 역사적 연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버클리 연구실에서 지난 8년 동안 두 권 분량의 원고를 정리했지요. 그 내용을 다시 간추려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책으로 간행할 겁니다. 이게 당장 끝내야 하는 일입니다.

<손수락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