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완충지대

2022-04-1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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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한국만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동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키프로스에도 사이프러스 휴전선이 있다. 한반도와 유사하게 약 300㎞길이의 완충지역에 수백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해서 정찰 활동을 하고 있다.

한반도는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으로 휴전선이 그어지고 남한과 북한의 정치 군사적 국경선이 되었다. 한반도 가운데 일직선으로 그어진 분단선은 38선이지만 영토 휴전선은 꼬불꼬불 군사분계선이다.

여기에는 동,서 약 250km, 남과 북, 2km씩의 한계선을 포함, DMZ로 불리는 완충지대도 들어 있다. 완충지대는 남북 쌍방의 최전선을 철조망으로 둘러 언제든 서로 감시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웃간의 분쟁도 이런 식으로 완충지대가 있다면 쉽게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휴전협정문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에 의하면 비무장지대 내에서 적대행위를 하면 안 된다. 또한 누구에게도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락하지 않고 비무장지대로 들어갈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정도라면 고의적인 악의가 없는 한, 전쟁이 예방될 확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완충역할을 해야만 하는 나라들이 바로 한국이나 스위스같은 나라다. 이들은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 때문에 마치 운동경기에서 규칙에 적부 여부나 승부를 판정하는 레퍼리처럼 강대국들 사이의 충돌 위험을 완화하거나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에 위치한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응방향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도 같은 운명이 아닐까. 러시아는 국경을 닿은 근접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완충지역이 적어지면 안보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완충지대는 주변국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면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과 러시아간에 중요한 군사적 완충지대다. 이 지역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동유럽은 전쟁터로 변하고 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서방세계 사이에서 충분한 거리를 만들어주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려 한다면 우크라이나 영토내에 진입한 러시아군의 철군은 잠꼬대같은 희망 고문이 될 것이다.

당장 기름값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악화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때문에 경제 성장 둔화와 실업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곧 대학문을 나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우크라사태로 국제유가가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이런 악재가 한 번에 몰릴 경우 인류사회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완충지대를 위한 평화 협상만 체결되면 각종 긍정적인 경제적 신호들이 잇달아 켜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임명된 새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전쟁담당 사령관이 우크라 민간인에 대한 또 다른 범죄와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인물이라 더 잔인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공격이 멈추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생사가 더욱 걱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로 지난 1962년 세계를 핵전쟁으로 몰고 갔던 ‘쿠바사태’의 현대판이다. 이 사태가 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계 질서가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NATO와 러시아는 완충지대의 지혜를 기억했으면 한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NATO에 가입하지 않고 휴전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하면 노벨평화상은 따 놓은 당상이 아닐까. 완충지대 중립국화 선언은 경제적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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