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가 필요하다

2022-03-29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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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보다 먼저 건국이 되었고, 더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며, 더 잘 살았던 오늘날 튀니지의 카르타고는 120년 동안 3번에 걸친 로마와의 전쟁에서 모두 패배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역사가들은 그 원인을 정쟁과 사익추구로 인한 카르타고 내부분열이 문제였고, 로마가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된 것은 내부의 단결과 집단 지성이었다고 한다.

카르타고에는 두 명문 가문이 있었는데 하나는 해양 진출을 선호하는 중상주의 한니발 장군의 “바르카” 가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내의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농업 중심의 부국책을 추진하는 “한노” 집안이 늘 대립을 하였다고 한다.


이에 반해 로마에는 스키피오 가문이 있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20대 후반의 나이로 역전의 명장 카르타고의 한니발과의 싸움에 자원하였고, 결국 2차,3차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카르타고가 귀족들의 정쟁과 사익으로 분열된 용병위주의 군대였다면, 로마는 시민이 중심이 된 시민군과 귀족 출신의 장군들인 사회 지도층이 최선봉에 서서 싸웠다. 결론적으로 두나라 지도층의 철학이 달랐다.

카르타고의 귀족들이 국가의 명운보다 자기들의 사익을 앞세웠다면, 로마의 귀족은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면서 병역의무는 물론 전시에 최선봉에 섰다.

명과 청이 대립하던 17세기 조선은 중립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국제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쟁탈을 위하여 친명배금을 명분으로 내세워 광해왕을 몰아내는 인조반정을 하였다.

결국 조선은 국제정세에 무능한 권력욕에 눈먼 자들에 의해 전쟁의 참화를 입게 된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경험하면서 청군보다 월등한 전력을 갖춘 정예부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양을 삽시간에 내주고 50만 이상의 백성들이 끌려가게 하였다.

조선의 귀족이라 자처했던 양반 사대부들이 국제정세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죽어가는 명나라와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실 위주의 국제정세 대응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권력만을 위한 정쟁에만 몰두한 결과였다. 또한 양반 사대부들은 국가의 지도부였지만 병역의 의무는 없었고 세금도 양인에 비해 아주 작게 냈다.

현대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도 역사상 가장 살기 좋았고 강력했던 시절이 있었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12년동안 유일하게 4선의 대통령을 지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시기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시대는 아주 높은 소득세를 내야 했다. 집권하고 소득세 상한선이 63%, 재선 후 79% 그리고1950년대 중반에는 91%까지 올렸다.

상속세는 20%에서 77%로 올렸고, 법인세는 1929년 14%에서 1955년 45%로 올랐다. 지금 이 정도 세금을 내야 한다면 공산주의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 미국은 1920년에 비해 태평성대로 국민 대부분은 중산층 생활을 누렸고, 정치는 화해 분위기로 가득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대영국제국과 유럽중심의 세계에 기죽지 않고, 미국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미국 방식의 자본주의를 강력한 국가의 개입으로 개척했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자본주의 열매를 많이 따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세금을 거두어 그들의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강제했다. 물론 시대는 변했다.
그리고 지금 루즈벨트의 정책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식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미국의 부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려면 미국의 시민들이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로마제국의 유지와 발전에 대한 책임은 황제와 로마의 귀족에게 있었고, 봉건시대의 유지와 발전에 대한 책임은 봉건 영주들에게 있었다.
자본주의 미국의 유지와 발전에 대한 가장 큰 도덕적 의무와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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