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배달함 도둑 은행서 2만달러 내줘
▶ 소포, 편지등 절도...신분도용 범죄 발생
두 달 전 LA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48)씨는 갱신한 운전면허증을 도난당했다. 누군가가 우편함에 배송된 최씨의 운전면허증을 훔쳐간 것이다. 최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강도의 얼굴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후 최씨가 사용하는 은행으로부터 현금 인출 시도 및 신용카드 발급 요청 등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최씨는 은행 측에 운전면허증 도난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 주 최씨의 신분증을 훔친 용의자는 여러 은행을 찾아다니며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한 은행에서 2만달러의 현금 인출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 측으로부터 2만달러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최씨는 경악했다.
피해자 최씨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 측에 신고를 한 상태지만, 경찰은 도난당한 금액이 다른 범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집중 수사는 불가하다고 말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해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씨가 사전에 은행에 신분증 도난 사실을 은행에 리포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측의 허술한 관리 때문에 결국 용의자는 현금인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 이에 은행은 최씨가 도둑맞은 2만 달러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우편물을 훔치는 방식으로 신분도용 범죄행각이 최근 들어 급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범죄통계분석 매체 크로스타운에 따르면 지난해 LA 지역에서 신분도용 범죄가 8,943건 접수돼 전년대비 44%, 2019년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베이지역에서도 아파트와 콘도 등에서 소포와 편지를 훔치는 행각도 극성을 부리고 있어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절도범들은 로비에 놓인 소포는 물론, 우편함까지 부숴 편지들을 훔쳐가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편지와 소포를 도난당할 경우 신분도용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산호세에서는 우편과 신용카드, 신분증, 의료서류, 수표, 은행 영수증 등을 대거 훔친 절도단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신용카드 63개와 신분증 12개 등을 절도했으며, 훔친 소포와 피해자들의 PIN넘버와 비밀번호가 적인 노트, 신용카드 해독기(decoder) 장치 등이 압수됐다.
캘리포니아 주 형법에 따르면 신분도용 범죄는 범죄자들이 각종 수법을 동원해 개인 정보를 빼낸 후 크레딧 카드, 메디컬 정보, 재산 및 소유물, 서비스 등을 갈취해내는 범죄다.
최씨의 사례처럼 우편물을 훔쳐서 개인정보를 도용해 카드를 신청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경찰은 신분도용으로 인한 피해 액수는 개인마다 천차만별로, 거액의 모기지 등 부동산 사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신분도용의 피해자가 된 경우 ▲경찰서에 가서 리포트부터 한 후, 리포트 사본을 크레딧 회사 등에 보내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부분의 크레딧에 대해 보호를 받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신용 기관 세 곳(Experian, Transunion, Equifax)에 도용피해를 보고하고, 크레딧 동결(credit freeze) 조치를 해야한다. 크레딧 동결은 모기지 융자회사, 은행 등 크레딧을 제공하는 업체 또는 기관들이 개인의 크레딧 리포트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연방거래위원회(FTC)에도 신분도용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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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