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마지막 말

2022-03-22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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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체를 침략한 나폴레옹은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 “나의 프랑스, 나의 조세핀”하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의 전 생애를 바쳐 싸운 프랑스를 최후의 순간에도 기억하였다는 뜻이고 그의 사랑을 바친 아내 조세핀도 잊을 수가 없다는 최후의 고백이었다. 나라와 아내, 위인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의 마지막 고백이다.

일본이 낳은 성자 가가와 도요히꼬(賀川豊彦)는 동경 시나가와 빈민촌에 살며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산 사람이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 맥아더 장군은 일본에 상륙하기 전 가가와를 만나 자기가 일본을 다스릴 마음의 자세를 물었다고 한다.

가가와 목사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죄가 있으나 역시 하나님의 자녀이니 사랑으로 대하십시오”라고 대답하였다. 가가와는 돌아가실 때 “이것으로 됐다”는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병과 가난과 싸운 생애였으나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다하였다는 승리의 개가이다.


나의 아내는 숨을 거두기 전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하고 세번 하나님을 찾았다. 두고 두고 인상적인 최후였다.

나는 최후의 말을 무엇이라고 할까? 역시 가가와의 말이 좋겠다. “이것으로 됐다”는 말이다. 평생 큰 병 세 차례, 북한군에게 체포되었던 일, 오랜 공부, 가난, 목회 등 큰 싸움의 연속이었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한 노력이었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통과하지 않은 승리는 없다. 수영도 서툰 내가 물살이 센 강을 건너간 경험이 있다. 내가 거의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내가 죽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유행병과의 싸움을 2년이나 계속하고 있다. 괴로우나 인간은 병에 굴복하지 말고 싸워야 한다. 어쨌든 인생은 전쟁터가 아닌가!

마라톤 선수가 등수에 관계없이 끝까지 달리듯 우리도 모든 난관을 뚫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그것이 성공적인 인생이다. 바울은 “내가 달려갈 길을 다 달렸으니 이후에는 영광의 면류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고백하였다.

일등, 이등이 문제가 아니다. 다 달리는 것이 성공이다. 포기 중단 기권 등이 가장 비겁한 것이다. 나의 최선을 다하는 인생이 성공이다. 그러니 가난해도 병들어도 나쁜 환경이라도 최선을 다 한 싸움이었다면 그대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잘 참고 끝까지 달려라.

한 신체 장애자가 나에게 돋보기를 사 주고 세상을 떠났다. 그 돋보기를 볼 때마다 그녀의 비칠거리며 걷던 모습이 생각난다. 평생 비칠거리며 걸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생애였다. 가끔 실수와 실패를 하더라도 남들에게 남기는 나의 인상은 아름다워야 한다.

폴 뉴먼이란 미국 배우가 있었다. 그가 주연한 영하 ‘부두’에서 가난한 부두 노동자가 힘 있고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려는 우두머리와 싸워 이긴다는 영화인데 실제로 폴 뉴먼은 깨끗하고 정의로운 생애를 가져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나는 내가 맡은 연기에 전력투구하였다. 주역이든 단역이든 내게 주어진 역을 연구하고 연습을 거듭하고 온 힘을 다하여 거기에 몰두하였다.” 과연 명 배우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유산은 말보다 나의 모습(Image)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남을 위하여 여러가지 일을 하였다. 그는 언제나 옳은 소리를 하였다.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그는 훌륭하게 산 것이다. 최고의 유산을 남긴 것이다.
돈 물려줄 생각 말고 좋은 이미지를 물려주라. 그것이 진정한 유산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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