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4명 포함 8명 희생
▶ 한인·아시안 단체 연대 정치인들 동참 메시지
지난 17일 베이지역 8개 한인 단체 연합체인 ‘K-연합’이 주최한 애틀랜타 총격사건 1주기 추모 집회가 SF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가운데 변신홍 북가주한인변호사협회장이 과거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며 여성 폭력 근절을 호소하고 있다.
4명의 한인을 포함, 총 8명의 희생자를 냈던 애틀랜타 총격사건 1주기인 16일을 맞아 한인 및 아시안 단체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추념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오후 1시 52분 각자의 자리에서 8분간 8명의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소셜미디어에 추념 메시지를 올리는 운동(#RememberingMarch16)이 전개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베이지역 8개 한인 단체 연합체인 ‘K-연합’의 주최로 ‘침묵을 깨자’(Break The Silence)라는 타이틀의 추모 행사가 SF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열렸다.
애틀랜타 추모식 연사 영상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이날 행사에서 청년 운동가이자 패션 디자이너 애슐린 소, 올리비아 청 배우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스피치를 통해 여성 인권과 증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변신홍 북가주한인변호사협회(KABANC) 회장은 마지막 무대에서 과거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과 아픔을 고조된 감정으로 공유하며 여성을 향한 폭력 근절을 눈물로 호소해 함께 무대에 오른 각계 각층의 아시안 아메리칸 지도자들과 포옹을 하며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우리사위 고미숙씨가 슬픔을 딛고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태평무’ 공연을 펼쳐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추모 행사에는 정광용 SF부총영사와 이진희 이스트베이 한인회장,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다니엘 정 산타클라라 카운티 검사장 후보 등 각계 각층의 한인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스트베이 한인회와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등 여러 단체가 테이블을 셋업하고 기관을 알리기도 했다.
손예리 KCCEB 프로그램 디렉터는 “총격 사건을 비롯해 아시안 여성을 향한 폭력에 대한 아픔을 공유함은 물론 여성의 강인함과 주체성,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사가 기획되었다”고 밝혔다.
다니엘 정 산타클라라 카운티 검사장 후보는 “폭력의 비극을 기억하고 여러 지역사회가 한데 모여 방향을 모색하고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 오늘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호신술을 배울 수 있도록 호신술 수업과 아픔 치유를 위한 힐링 클래스도 이뤄졌다. 행사에 참석한 제니 김(사라토가)씨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내가 겪은 부당한 차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는 인권·시민단체가 연합해 '아시안 혐오를 중단하라'는 주제로 추도식을 개최했다.
2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한인 고 유영애 씨 아들 로버트 피터슨, 중국계 고 시아오지 탠 씨의 전남편 등 희생자 유족이 참석했다.
피터슨은 "어머니는 미국 역사 그 자체"라며 "다른 인종 간 결혼이 흔하지 않았던 때에 흑인 미군 병사와 결혼해 저를 낳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제 모친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친구였다. 그러나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표적이 됐다"며 증오범죄 중단을 호소했다.
이날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도 한인들이 결성한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추모식이 열렸다. 분향소에는 한인뿐만 아니라 캐럴린 버도 연방하원의원과 미셸 오 조지아주 상원의원,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헌화하고 묵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이 끔찍한 살인은 우리 모두가 인종차별주의, 여성 혐오, 모든 형태의 증오, 또 이같은 극단주의를 가능케 하는 만연한 총기 폭력과 싸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며 비극에 직면해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희생자와 가족, 애틀랜타 지역사회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작년 3월 16일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은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스파 2곳과 체로키 카운티 마사지숍 1곳에서 총기를 난사했고,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고 이 중 4명이 한인이었다. 체로키 카운티 법원은 지난해 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풀턴 카운티 법원에서 현재 별도 재판을 진행 중이다.
롱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유가족과 커뮤니티에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낸다"며 "유가족의 슬픔을 감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이제 치유를 향해 나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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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