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쿄 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로 출전한 브리트니 그라이너 [로이터=사진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선수가 러시아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구금됐다.
5일 미국매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세관 당국은 모스크바 인근의 공항 수화물 검사 과정에서 마리화나를 흡입할 수 있는 물품을 찾아내 소유주인 미국 선수를 구금했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구금된 선수가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 센터 브리트니 그라이너라고 전했다.
그라이너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두 차례 금메달을 땄고, WNBA 올스타에 7차례 선정된 바 있다.
러시아 세관이 공개한 영상에는 그라이너로 보이는 인물이 지난달 공항에서 보안검사를 받는 장면이 있는 만큼, 그가 최소 며칠 동안 구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 그라이너가 미국 뉴욕에서 출국해 모스크바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대규모 마약 운반 범죄는 최고 10년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해당 보도를 알고 있으며 미국은 해외에서 구금된 자국민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러시아 여행 자제를 당부해왔던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 주재 자국민에게 즉각 출국할 것을 촉구하면서, 영사 조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라이너의 에이전트는 "법적 문제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라이너의 귀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우선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 속에 공개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와 지도부를 겨냥한 제재안을 발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선전포고'에 가깝다고 비판한 상태다.
NYT는 러시아가 현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입김을 얻기 위해 유명 미국인을 구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WNBA 선수들은 자국 리그가 쉬는 동안 미국보다 연봉이 높은 외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고, 러시아도 그중 하나였다. 그라이너는 수년간 러시아 UMMC 예카테린부르크 팀에서 뛰어왔다.
WNBA 선수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복귀를 서둘러왔으며, WNBA 측은 그라이너 외에는 모든 소속 선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출국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