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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 브루스 풀턴 교수 ‘북 토크’] “한국문학 세계화에 공헌한 두 학자”

2022-02-28 (월)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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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교수, 10년간 UC버클리서 문학한류 개척

▶ 한국소설 200여편 번역한 풀턴, 170회 낭독회

[권영민 & 브루스 풀턴 교수 ‘북 토크’] “한국문학 세계화에 공헌한 두 학자”

권영민 UC버클리 교수(오른쪽)가 24일 북토크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힘써온 여정을 밝히며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권영민 & 브루스 풀턴 교수 ‘북 토크’] “한국문학 세계화에 공헌한 두 학자”

권영민 UC버클리 교수와 브루스 풀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교수가 공저로 펴낸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What is Korean Literature?)’를 주제로 열린 북 토크는 한국문학 세계화에 공헌한 두 교수의 성취와 공로, 그들이 쌓아올린 유산을 기념하는 자리가 되었다.

지난 24일 UC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컨퍼런스룸에서 대면 & 비대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권영민 교수는 “대학교수로서 처음 발표한 책이 나를 미국으로 끌어내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쓴 ‘한국근대문학과 시대정신’이란 책이 월북문인들의 작품을 다뤘다는 이유로 1985년 불온서적으로 압수되고 말았다”면서 “그해 여름 마샬 필 하버드대 강사(서울대서 석사학위 취득)가 하버드 방문교수로 나를 초청해줘 하버드에 처음 한국문학 강좌를 개설했지만 학생이 겨우 1명뿐이어서 정식 강좌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필 교수와 나는 그 강좌를 폐강하지 않고 계속했다”고 밝혔다.


88올림픽 직전 불온서적이 해금됐고, 1989년 마샬 필이 하와이대 교수가 되면서 한국문학을 위해 함께 일하기로 했다. 1992년 UC버클리에 온 권 교수는 삼성재단의 15만달러 지원을 받아 한국문학 시리즈(5권)를 영역본으로 내기로 했으나 1995년 갑자기 마샬 필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사업이 중단됐고, 2002년에야 3권이 콜럼비아대 출판부 이름으로 나오게 됐다. 권 교수는 마샬 필 교수가 펴내기로 한 완결되지 못한 부분을 이 책(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담기 위해 초고를 만들었다.

그 사이에 브루스 풀턴이 UBC 교수가 됐고, 코넬대에 있던 데이비드 맥캔 교수가 하버드대로 옮기면서 세 사람은 마샬 필 교수가 예언한 대로 한국문학 세계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매년 서울대, UBC, 하버드대에서 교차 운영된 한국문학 번역워크샵과 한국문학 전공자 대학원생 교류 프로그램에서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문학 전공 교수들을 배출해냈다.

2012년 서울대를 퇴임한 권 교수는 2014년 UC버클리로 다시 돌아왔다. 삼성재단이 300만달러를 UC버클리 한국학센터에 기부한 덕분에 한국문학 세계화를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내가 버클리에 다시 오지 않았다면 이 책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마샬 필 교수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부인인 윤주찬 번역가와 함께 한국현대소설을 200여편 번역하고 미 전역을 170회 순회하며 한국소설 낭독회를 연 브루스 풑턴 교수는 한국문학이 있는 자리에 언제나 서 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버클리를 떠나게 된 권 교수는 “옛날처럼 서운하지 않다”면서 “안진수 교수가 UC버클리한국학센터 소장이 됐고, 지난해 한국문학 담당교수로 온 케빈 마이클 스미스 교수와 학생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또 “버클리에 있는 동안 나를 후원해준 버클리문학회(회장 김희봉) 회원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각별함을 표했고, 버클리문학회원들도 동포문학에 관심을 기울여준 권영민 교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날 브루스 풀턴 교수는 신라 향가부터 자신이 번역한 윤태호의 ‘이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김숨의 ‘한 명(One Left)’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이 담고 있는 특징 등을 전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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