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유대 민족의 생존비밀’

2022-02-07 (월)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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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민족이 모든 국가적 기구를 빼앗기고 바빌론으로 70년 동안 유배된 후에도 스스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생물학적 사건인가. 아니면 오히려 심리학적으로 확실한 연속성인가, 아니면 전적으로 역사적 기적인가. 아니다. 유대 민족의 생존은 유대인의 종교의 생존, 곧 하나님에 대한 이 민족의 신앙 결속력과 관계가 있다.
포로로 잡혀온 그들을 정신적으로 단결시킨 것은 이방인과 거리를 두게 하는 율법 준수, 야웨 제의 그리고 예언자 활동이었다. 엄청난 파국 속에서 유대 민족은 두 명의 포로기 대예언자 에스겔, 이사야를 통해 신앙적으로 강해졌고 새로운 희망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한스 큉의 ‘한 시대의 종교적 상황’ 중에서)
예언자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북미 유럽권에서 예언자는 공의 판단을 주관하는 법조인을 지칭한다. ‘의(義)’를 보여주는 예언자의 법 판단을 통해 나라는 질서와 평안을 유지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점을 잘 치는 사람, 신통한 복술가가 예언자다. 선거 때가 되면 예언하는 점술가 문턱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는 신앙의 타락을 꾸짖고 바로잡는 일을 한다. 이스라엘 예언자는 도덕적 타락을 지적하고 윤리적 일탈을 책망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 거짓 종교인, 삯꾼 지도자를 가차 없이 훈계하기 때문에 백성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이사야, 에스겔, 아모스, 호세아는 난세의 대예언자였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그대로 순수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불법을 행하는 지도자들은 두려워 떨며 미워했다. 백성은 예언자의 담대한 외침을 들을 때마다 하나님에 대한 거룩한 외경(畏敬)으로 사로잡혔다.

에스겔, 이사야가 바빌론의 포로로 잡혀간 유대 백성의 심사(心思)를 꿰뚫어 보며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 온 인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고 외쳤을 때, 회심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놀랍게도 변변한 예언자를 배출하지 못한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의 이방문화에 눈 깜짝할 사이에 동화, 흡수되어 인류역사에서 사라졌다. 수많은 예언자들이 활동했던 남유다는 바빌론의 포로로 70년 동안 이방 땅에 갇혔어도 생생하게 살아남았다.

거룩한 선민 백성의 정체성을 지켜준 에스겔, 이사야, 바울, 어거스틴, 마르틴 루터, 마르틴 부버같은 21세기의 예언자는 어디 있는가.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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