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보다 나은 이야기가 있는 달걀’

2022-01-31 (월)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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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방목한 암탉이 낳은 달걀이 달걀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소비자들은 좁은 상자 같은 닭장 안에 갇힌 채 길러진 암탉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란 암탉을 선호한다. 소비자는 옛날 할아버지 시대의 방식과 감동 스토리가 깃들어있는 달걀을 원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옛날식 추억의 생산물’에 대하여 소비자는 15~20%의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5~10년 후에는 모든 달걀이 이런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다. 좁은 닭장 속에서 키운 규격화된 달걀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달걀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량생산된 달걀은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롤프 옌센의 ‘Dream Society’ 중에서)

일상의 기계적이고 반복적 생활패턴을 벗어난 이야기나 삶의 역경을 딛고 힘차게 도약한 스토리는 감성에 울림을 준다. 생산품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감동 이야기가 있을 때 소비자는 마음 문을 연다.


감동에 메말라 있는 현대인이 상품 자체보다 상품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를 좋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는 이미 오래다.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먹고 이틀 동안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시카고에서 발생했다. 1982년 9월 30일에 일어난 미증유의 사건이다. 조사결과 먹다 남은 병속에 있는 캡슐을 열고 원래의 약을 빼내고 청산가리를 넣은 후 상점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는 경악했다. 사고도 사고려니와 149개 국가에 약품을 수출하고 있는 거대 제약회사 존슨 앤 존슨(J&J)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풍전등화 같은 위기상황에서 J&J의 회장 제임스 버크는 중대결단을 내린다. 미국 내에 있는 제약공장에서 타이레놀 생산을 즉각 중지했다. 전국의 의사, 병원, 약국, 편의점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편지 50만 통을 우송했다.

시중에 진열되어 있는 타이레놀을 전량 파기처분 했다. 그 금액은 1억 달러에 달했다. 사고 당일 오후에는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은 자에 대해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후일에 J&J의 회장 제임스 버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 회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접었다. 다만 소비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최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사건 전 37%에 이르던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한때 6.5%까지 떨어졌었으나 82년 말에는 29% 회복되었다. 1년 후에는 ‘포츈’지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스토리는 강한 힘이다.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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