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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고혈압 있다면 5배 더 많이 발생한다

2022-01-25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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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최근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뇌졸중(stroke)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갑자기 추워지면 혈압에 변화가 생겨 혈관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 혈관이 터져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로 분류된다.

뇌경색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성 뇌경색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기 쉽다. 고혈압 환자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보다 4~5배 높다.

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혈관을 지날 때마다 혈관 벽에 압력이 가해진다. 혈관 벽이 망가지면 혈관 속을 지나다니는 지방질이나 불순물이 혈관 벽 안으로 들어오며, 콜레스테롤 지방질과 찌꺼기도 쌓인다. 지방질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것이 동맥경화다.


따라서 동맥경화가 생기기 전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잘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혈액 속 혈소판이 활성화되어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오는 것이다. 결국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뇌 손상이 진행된다.

심방세동(心房細動)이나 판막증과 같은 심장 질환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장 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50대 4배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적절한 항응고제 치료를 통해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은 55세 이후로 발병률이 높아지며 10살이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도 2배씩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졸중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6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60, 70대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고령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뇌졸중의 주원인인 동맥경화증은 30, 40대부터 발견되기 시작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전조 증상은 동맥의 지름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지고 나서야 나타난다.

뇌졸중 증세가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 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원인 질환이 심해져서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잘 조절해야 하며, 위험 인자가 있으면 경동맥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동맥경화 발생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의학 발전으로 뇌졸중 발병 직후 6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으며, 혈관을 뚫어줄 수 있는 시간은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질수록 상태는 악화되며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를 미리 식별해 조기에 치료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 자가진단은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겼거나 △어지럽고 자꾸 넘어지거나 △세상 반쪽이 잘 안보이거나 △한쪽 팔다리가 저려오거나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을 통해 가능하다.

한편 뇌졸중 환자를 식별하는 방법으로는 대한뇌졸중학회가 일반인들이 쉽게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을 모아 개발한 ‘이웃손발(이~ 하고 웃기, 손들기, 발음하기)’ 식별법이 있다.

스스로 뇌졸중이 의심되거나 다른 사람의 뇌졸중을 식별했다면, 그 다음 할 일은 환자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응급실로 빨리 가는 것이다. 마비가 있거나 감각 저하가 있으면 관절 및 피부 손상, 흡인성 폐렴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자를 편안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압박되는 곳을 풀어준다. 구토 시에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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