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스키에 숨은 과학

2022-01-24 (월)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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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동안 세계적으로 한국의 언어인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글의 자음 및 모음의 창제원리와 그 둘의 배합이 매우 과학적이라 이를 이해하면, 누구나 빨리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스포츠인 스키도 이론을 먼저 이해한 후, 실전에 나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빠른 실력 향상을 기대 할 수 있다. 스키에는 마찰력, 관성, 작용·반작용 법칙과 같은 과학이 숨어 있다.

마찰력이란 두 물체의 접촉면 사이에서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스키어에게 작용하는 마찰의 한 유형은 스키와 눈 사이의 운동 마찰이다.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때 마찰열이 생기며 이로인해 눈이 순간적으로 녹아 물과 같이 되어 마찰력이 작아져 스키가 미끄러 지게 된다. 또한 중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회전시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를 이용하여 감속과 가속을 조절 할 수 있다.


관성이란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버스가 갑자기 멈출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초보 스키어들은 눈위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스키를 멈출 수 없어,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노우 보드는 관성의 힘이 스키 보다 크게 작용 한다.

보드는 넓고 두발이 그 위에 함께 고정이 되 있어, 갑자기 에지를 세우면 관성이 크게 작용하면서 앞이나 뒤로 넘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스노우 스포츠 부상조사 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스노우 보더의 손목 부상이 전체 부상중 22.1%, 스키어의 부상은 3.1%에 달했다. 스노우 보드 손목 부상률이 더 높은 주요 원인이 바로 관성 때문인 것이다.

작용·반작용(counter rotation)이란 두 물체가 ‘서로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직선이 아닌 S자로 회전을 하면서 스키를 탈 때는, 상체와 하체를 마치 빨래를 짤 때처럼 비틀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자세를 만들어 줘야한다. 카운터 로테이션은 모든 스키 회전에서 다양한 각도로 정확해야 한다. 이는 회전과 회전의 사이(weight transfer)에서 동작이 가장 크다.

위의 법칙들을 이해한 후, 스키를 타게 되면, 근육의 기억(muscle memory)이 신체에 각인 된다. 두뇌에 기록되는 정보들처럼 근육 곳곳에도 기억이 새겨지는 것이다. 즉, 다양한 신체활동에서 지속적인 효율성을 얻으려면 근육이 언제 어디서나 저절로 움직일 때까지 엄청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스키도 예외가 아니다.

오래된 스키어의 잘못된 자세를 하루아침에 교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스키를 처음 접할 때는 바로 스키장으로 향하기보다, 반드시 눈 위에서 스키에 숨어 있는 과학과 기능, 동작의 상호관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겨울에는 근육이 먼저 기억하고 느끼는 스키를 즐기시길 바란다.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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