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리스들‘1800년대 설움’ 여전...길거리 병사 일쑤ⵈ“편안히 죽음 맞을 장소 마련해줘야”

2022-01-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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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엔자인 교수 최근 펴낸 책에서 시애틀 홈리스 분석해

홈리스들‘1800년대 설움’ 여전...길거리 병사 일쑤ⵈ“편안히 죽음 맞을 장소 마련해줘야”

로이터

홈리스들이 삶의 막판에 난치병에 시달리며 길거리를 헤매다가 아무데서나 죽는 상황은 180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이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장소를 마련하자고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워싱턴대학(UW) 교수이며 간호사인 조세핀 엔자인은 최근 저서 ‘스키드 로드’(벌목용 비탈길)를 통해 1854년 엘리엇 베이 해안에서 발견된 뜨내기 에드워드 무어를 소개했다. 당국자들은 동상에 걸린 정신질환자인 무어를 2년간이나 서로 떠넘기다가 동부에 그의 가족이 있음을 알아냈다. 배에 태워져 동부에 도착한 무어는 자살하고 말았다.

엔자인은 그로부터 한 세기 반이 훨씬 지난 요즘 시애틀에 홈리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무어처럼 비참하게 죽는 사람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보호소에 수용된 홈리스들보다 20~30년은 일찍 생을 마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무어가 지금 시애틀에서 발견된다 해도 당국자들은 그를 보낼 곳이 없어 혼란을 빚을 것이라며 그를 입원시켜도 시한적일뿐이고, 보호소에 수용시키면 그의 건강이 더 악화할 수 있으며, 전문 요양시설은 대개 사망이 임박한 50대 환자는 받지 않기 때문에 병이 위중한 홈리스들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데이비스 캠퍼스) 의과대학의 말렌 폰 프리데릭스-피츠워터 전 교수는 암, 폐질환, 신장장애 등 지병을 가진 새크라멘토 홈리스 1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이 ‘길거리 죽음’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의 손자가 홈리스가 돼 8년전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후 홈리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프리데릭스-피츠워터 교수는 4개 의료기관의 협찬을 받고 시장 등 당국자들을 설득해 지병을 가진 홈리스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시설 설립을 위한 그랜트를 받아냈다. 그녀는 이 같은 시설이 미국 내에 워싱턴DC와 유타주의 솔트 레이크 시티에만 있을 뿐이라며 미국은 이 방면에서 세계 선진국들 중 크게 뒤져 있다고 말했다.

프리데릭스-피츠워터 교수가 손자 이름을 따 ‘조슈아의 집’으로 명명된 이 시설은 그러나,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새크라멘토 주민들의 ‘님비’ 심술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시당국의 도움으로 25년간 임대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찾아내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라고 시애틀타임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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