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근대 이탈리아 번영의 비밀’

2022-01-10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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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마제국은 관료주의가 낳은 폐쇄주의와 기독교 탄압 때문에 망했다. 서로마제국은 교류의 자유를 통제했다. 그 결과 교환과 무역이 위축되었고 화폐가 잘 유통되지 않아 제국은 위축되었다. 서로마제국의 쇠퇴로 말미암아 무역, 항해, 금융, 기술을 선호하는 진취적 도시인은 사라졌다. 자급자족에 매달리는 폐쇄적 농촌 문맹인은 급증했다.

쇠망했던 로마가 근대 이탈리아로 다시 도약하게 된 계기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네 도시 국가의 번영 때문이다. 네 도시 국가는 베네치아, 제노바, 피렌체, 그리고 밀라노다. 네 도시 국가가 지닌 공통분모가 있다. 중계무역, 교류의 자유, 은행업, 코뮌(com mune) 자치의회가 바로 그것이다.“ (매트 리들리의 ‘The Rational Optimist’ 중에서)

수많은 석호(潟湖)로 구성된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중개무역, 은행업, 유통업을 운영하기에 적합했다. 귀족들이 장악하고 있는 농촌에 거주하는 평민은 소작료를 내고 근근이 살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베네치아 시민은 달랐다.


베네치아는 교류의 자유가 보장된 개방형 도시 국가다. 평범한 서민도 마음만 먹으면 교류의 자유과 부, 관직까지 누릴 수 있는 자유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다. 근대 이탈리아는 교류의 자유가 보장된 개방형 도시 국가 베네치아, 제노바, 피렌체, 밀라노를 중심으로 발흥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토 프랑클(Viktor Frankl)은 1942년 9월 나치스의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3년간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다. 여기서 프랑클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작은 빵 한 조각을 혼자 먹지 않고 서로 나누어 먹는 사람은 쉽게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프랑클은 작은 빵 한 조각의 사랑이 절망 중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될 때 강력한 희망과 삶의 의지를 북돋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랑클은 이 사실을 발견한 후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을 180도 바꿨다.

프랑클은 나치수용소에서 목격한 빵 한조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심리치료 학설을 제창했다. ‘의미요법(Logotherapy)’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프랑클은 그의 스승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고전 심리학 영역을 뛰어넘었다. 그 후 프랑클은 비엔나 학파(Vienna School)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작은 빵 한 조각의 교류경험 하나가 이렇게 놀랍다.

매트 리들리는 말했다. “호혜주의와 교환은 같지 않다. 호혜주의는 동일한 것을 서로 다른 시기에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다. 교환은 같은 시기에 다른 것을 서로에게 주는 것을 의미한다. 교환은 호혜주의보다 훨씬 더 큰 폭발력이 있다. 자급자족하라. 근근이 연명할 것이다. 교환하라. 번영할 것이다. 교환은 비교우위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일으킨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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