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코리아타운과 시니어단체

2022-01-03 (월) 주동완/코리안리서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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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령자 기준 연령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55세이다. 하지만 통상 노인복지법과 통계청의 기준에 의거하여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미국도 개인연금(401k)을 59.5세부터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대략 65세부터 의료보험인 메디 케어를 비롯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기 시작해서 통계적으로 65세를 시니어 연령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21년 한국과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시니어) 인구비율은 한국이 15.7%, 미국이 16.9%이다.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은 204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저출산율로 인해 고령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3배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은 비교적 높은 출산율과 이민자들의 증가로 이러한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시기가 조금 늦추어졌지만 시간문제다.


한국의 정년퇴직 연령은 60세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체감하는 퇴직 연령은 51세이며, 미국의 정년퇴직 나이는 폐지되었다. 그 대신 미국은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는 연령을 65세로 하여 자연스런 65세 정년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보장금을 받는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려 퇴직 연령이 조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인빈곤이다. 2020년 현재 미국의 노인 빈곤율은 23%로 나타났다. 한국은 43%를 기록했는데 OECD국가 중에서 1위의 빈곤율이다. 65세 이상자의 소득원을 ①국가연금, ②자기노동 ③개인연금 및 금융소득 등 3가지로 나누어 보면 미국은 각각 38%, 31%, 31%인 반면 한국은 16%, 63%, 21%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노년층은 미국의 노년층보다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오래 노동을 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평균 수명을 보면 2020년 현재 한국의 여자는 86.4세, 남자는 80.5세로 미국의 81.7세와 76.6세보다 평균 4.4년을 더 살고 있다. 최근에 미국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80여만 명이 사망하여 전체 평균 수명이 1.5년 더 감소하여 2021년 한국과 미국의 평균 수명은 더 큰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노년층은 수명이 늘어난 데 비해 빈곤율이 높다.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2015년에 조사한 70세 이상자의 자살률에서, 통계자료 추출이 가능한 60개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한국의 노년층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여러 가지 복지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차원의 경제적 노후대책이 부족한 것과 정부 차원의 사회 보장의 범위와 크기가 충분치 않은 데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여 진다.

또한 한국의 노인 사회단체들이, 전통적 가족제도 해체로 더욱 외로워진 노년층이 원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데에도 간접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시니어 단체들은 1958년에 설립된 미국은퇴자협회(AARP)를 중심으로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비영리 사회단체들에 의해 설립된 곳곳의 시니어센터들에 의해 비교적 안정되고 장기 지속적으로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미국의 많은 노인 사회단체들은 노년층의 법적 권리와 보호를 위해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시니어 단체들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노인들의 복지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은퇴 후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퇴직은 걱정과 불안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반면 미국에서는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한인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코리아타운 내 시니어 단체들의 역할과 기능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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