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미담을 남기는 소박한 지도자’

2021-12-20 (월)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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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누군가의 마음의 아픈 상처를/ 막을 수만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진맥진 해서 떨어지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아 주었다면/ 나는 헛된 삶을 산 것이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의 시 ‘소박한 삶’ 중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돌보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교회는 가난한 자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었다. 실명한 가난한 사람의 눈을 뜨게 해 달라고 그가 죽기 직전에 두 눈을 기증한 미담(美談)은 아직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간 각막 기증 이야기로 말미암아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람의 숫자가 평소보다 8배로 늘었다. 각막 기증 신청자는 무려 3만 명에 이르렀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지도자의 희생은 많은 사람을 공감하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자석 같은 영향력이 있다. 지도자의 도덕적, 윤리적 수준은 굉장히 중요하다. 교회를 보라. 성직자의 수준이 곧 교인의 수준이다. 국민을 보라. 정치, 사회 지도자의 수준이 곧 국민의 수준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 물질, 지위, 명예를 추구한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의 삶은 다르다. 이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지도자들 중에 부자로 죽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한 사람도 거의 없다.

예수를 보라. 로마 군인이 찢어 놓은 옷 한 벌만 남기고 떠나갔다. 사도 바울을 보라. 그가 남긴 것은 13권의 서신서 뿐이다. 대영제국이 벌벌 떨었던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것은 오직 샌들 한 켤레, 옷 한 벌, 지팡이 하나, 방적기 하나, 안경 그리고 기도서 한 권 뿐이다. 하지만 인류는 그의 소박한 삶을 칭송하며 존경한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토니 캠폴로가 90세 이상의 노인 50명을 상대로 질문했다. “당신이 만일 인생을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겠습니까?” 대부분의 노인들이 대답했다. “내가 다시 젊어 질 수 있다면 더 많은 모험을 하겠으며, 죽은 후에도 존속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세상은 위대한 사랑으로 소박한 미담을 남기는 지도자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죽은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지도자, 마음이 따뜻하고 숭고한 정신을 가진 지도자의 출현을 국민은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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