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군실종자 71년 만에 신원확인...벤자민 바젤 상병, 누이동생 있는 워싱턴주 국립묘지에 안장

2021-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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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실종자 71년 만에 신원확인...벤자민 바젤 상병, 누이동생 있는 워싱턴주 국립묘지에 안장
한국동란 중 최악의 인명피해를 입은 ‘초신 퓨’(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후 실종자(MIA)로 처리돼온 벤자민 바젤(당시 18세) 상병이 71년만에 켄트의 타호마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국방부 전사자/실종자 업무국은 3년전 북한이 미국에 인도한 55개 상자의 미군 전사자 유골 중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바젤 상병의 유해를 확인했다고 지난 7일 공식 발표했다.

바젤 상병은 워싱턴주 출신이 아니다. 그의 신원확인 통보는 이미 지난해 에버렛에 거주하는 그의 유일한 생존 유족인 여동생 베벌리 걸리우자(84)에게 비공식적으로 전해졌다.
걸리우자 할머니는 고향인 코네티컷주의 세이머 집에서 오빠를 마지막으로 본 후 70년 만에 그의 전사통보를 받고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평생의 숙제가 매듭지어진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히고 “우리 어머니는 끝내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덧붙였다.


걸리우자는 ‘베니’라는 별명으로 불린 오빠가 자기를 엄청 위해줬다며 알바로 일했던 볼링장에서 밤늦게 퇴근한 후 잠자는 자기를 깨워 사탕을 줬다고 회고했다. 오빠가 자원입대한 후 어머니는 늘 휘파람을 불며 쾌활했던 성격이 돌변했고 죽을 때까지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그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일에 전념했다고 걸리우자는 덧붙였다.

국방부 기록에 따르면 바젤은 미육군 7사단 산하 57 포병대 소속으로 한국전에 파병됐다가 1950년 11월30일 혹독한 추위 속에 함경북도 장진호 고지를 인해전술로 공격해온 중공군과 사투를 벌이며 흥남을 향해 퇴각하다가 1,000여명의 동료 장병들과 함께 전사했다.

당시 미군은 장진호를 ‘초신(Chosin) 저수지’로 불렀다. 한국어로 된 북한지도가 없어 일본 지도의 표기 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후 초신 전투에서 살아나온 미군들이 매우 적었다는 의미에서 이 전투는 ‘초신 퓨(Chosin Few)’로 불리게 됐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다.

북한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후 55 상자분의 미군 전사자 유해를 넘겨줬고, 국방부 전사자/실종자 업무국은 그동안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해 왔다. 미군 당국은 1982년 이후 600여명의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들의 유해를 확인했지만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7,5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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