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신 접종해 가족 잃지 말라”...코로나로 어머니 잃은 아들, 부고기사서 접종 호소

2021-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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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까지 코로나 백신접종을 망설이던 타코마 여성이 결국 코로나에 걸려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아들이 어머니의 사망을 알리는 유료 부고기사를 통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호소하고 나섰다.

타코마 지역 주민이자 여성을 위한 비영리 기독교단체 설립자이기도 한 로젤린 녹스가 지난 10월12일 향년 70세로 메디건 육군 메디컬 센터에서 세상을 떠났다.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에서 자란 녹스는 고교 시절 올 스테이트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흑인 멤버로 활동할만큼 재능있는 바이올니스트였다.


콜로라도 한 클럽에서 남편을 만나 1978년 결혼한 녹스는 남편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근무하던 당시 고아원에서 4살짜리 소년을 입양했다. 아들 페리쉬 녹스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딸을 낳은 녹스는 남편을 따라 해외를 비롯해 미 전역의 군부대로 이주하다 1980년대 타코마에 정착했다.

녹스는 루이스 맥코드 합동기지 통제소에서 20년간 일했고, 비영리단체인 여성사역플러스유(Womens Ministry Plus You)를 설립해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도 헌신했다. 2005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더욱 매진하던 녹스는 2018년 당시 39세였던 딸 마리를 장기이식수술 중 합병증으로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 녹스의 삶은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며 달라졌다. LA에 살고 있던 아들 페리쉬는 녹스의 건강이 걱정됐지만 그녀는 차에 마스크, 손소독제, 장갑을 갖고 다니고 가급적 외출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등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아들의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하지 않았다. 7월 녹스의 생일을 맞아 타코마를 방문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듭 예방접종을 재촉했지만 강요할 수는 없었다.

9월 어느 날 며칠 뒤 어머니로부터 교회행사에 참석해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 아들은 소포로 코로나 검사지와 산소포화도측정기를 보냈고 결과 확인을 위해 매일 전화를 걸었다.

그러던 9월 20일 새벽 2시 30분, 어머니는 아들에게 코로나 검사방법에 대해 문자로 문의했다. 그리고 한시간 후 전화로 코로나 양성반응 사실을 알렸다. 그날 어머니는 메디건 육군의료센터에 입원했고 3주 후 어머니 녹스는 사망했다.

녹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아들 페리쉬는 유품을 정리하며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녹스의 마지막 구글 검색 문장은 “어디서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나”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망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너무 늦은 후였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후회로 가득한 아들 페리쉬는 자신의 가족이 겪은 일을 주변에 알리고 나섰다. 신문에 유료 부고기사를 내고 어머니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당장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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