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도관 행패에 구금여성 자살...포크스 경찰 구치소는 여성ㆍ성소수자들‘지옥’

2021-12-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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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인기 TV쇼 ‘트와일라이트’의 무대인 올림픽 반도 포크스에서 드라마 못지않게 으스스한 사건이 터졌다.

포크스 경찰서 구치소에 수감된 큐일류트 원주민부족 여인이 교도관에게 밤마다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19년 12월 독신모인 킴벌리 벤더(당시 23살) 여인이 경찰서 구치소에서 자살한지 거의 2년만인 지난 10월 그녀의 어머니 돈 레이드와 그녀의 5살 난 아들이 포크 시정부, 경찰서장, 구치소 감독관 등을 직무태만으로 인한 과실치사 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레이드 여인은 딸이 어렸을 때 누군가에 성추행을 당한 후 정신착란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마약에까지 중독돼 삶이 엉망이었다며 차라리 구치소가 그녀에게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그동안 구치소를 안방처럼 들락거렸다.

하지만 벤더 여인은 구치소 교도관 3명 중 유일한 야근자인 존 러셀 그레이에게 매일 밤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레이가 괜히 한밤중에 그녀의 감방에 들어와 귀에 대고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수작을 부렸다. 벤더 여인은 그레이가 밖에 있을 때도 그가 따라 올까봐 화장실에 못 갔다고 생전에 어머니에게 토로했다.

그레이는 상습적 치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클랠람 베이 교도소에서 20년 이상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구금자들 중 여성과 동성애자, 성전환자 등을 위협하며 성희롱을 일삼았고 구금자는 물론 동료 교도관들에게도 인종욕설을 퍼부어 수차례 징계를 받았고 한번은 파면까지 당했다가 복직했던 것으로 시애틀타임스가 취득한 관련 기록에서 밝혀졌다.

벤더 여인은 2014년 처음 포크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그녀는 매 15분마다 감시해야하는 자살 위험자로 분류됐었다. 2년 후 다시 수감됐을 때도 그녀는 오랜 우울증과 칼로 자신의 살을 베는 자해증세를 지닌 것으로 검진됐다. 벤더 여인은 자살한 2019년에만 세 차례 더 구금돼 그녀의 문제에 관해 구치소 관계자들이 꿰뚫고 있었다고 어머니 측 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레이는 벤더 여인이 자살한 후 해고됐지만 곧바로 주 교도국(DOC)에 취직했다.

그레이 교도관은 2018년 포크 시장에 의해 ‘긴급’ 임용됐다. 포크 구치소에 교도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레이는 클랠람 교도소에서 정직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곳에서도 복역자들과 동료들에게 인종적으로, 성적으로 험악한 말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한 동료 교도관이 나무라자 그는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 나는 공화당원이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너그러이 봐준다”고 대꾸했다.

그레이는 결국 DOC의 오랜 수사 끝에 작년 5월 4건의 성범죄 혐의를 시인하고 금년 2월 재판에서 20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포크 구치소에서 여성 구금자 한명에게 200달러를 주고 강제로 구강섹스를 시킨 혐의와 다른 여성에게 “말을 안 들으면 감방생활을 지옥처럼 만들어주겠다“고 위협한 후 자신의 성기를 잡도록 한 혐의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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