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침투 열쇠 역할 스파이크 돌연변이, 델타의 2배
WHO, 오늘 변이 정식 이름·위험도 등 결정…'누' 될 듯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보이는 변이종이 보고돼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흘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세포 침투의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돌기) 돌연변이가 델타의 배에 달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 뾰족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이 30개가 넘는 돌연변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확산력이 높은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16개였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 세포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침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들은 세포를 여는 일종의 열쇠 역할을 한다.
델타 변이는 16개의 열쇠를 갖고 면역 세포로 잠긴 세포 문을 열려한다면 이번 변이는 32개의 열쇠로 면역 세포 해제를 시도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학계는 잠재적인 위험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한 바이러스 학자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를 두고 "끔찍한 스파이크의 윤곽"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저명한 감염병 전문가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라비 굽타 교수는 "델타 변이는 높은 전파력과 중간 정도의 면역 체계 침투력을 보유했다면 새로운 변이는 잠재적으로 전파력이나 침투력 양쪽 모두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25일 회견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상당한 수의 변이종이 있다는 것이다. 변이종은 전염성이 더 강하고, 현재 우리가 가진 코로나19 백신은 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해 변이종이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를 알아채도록 훈련돼 있는데,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32개나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면역 체계에는 다르게 보여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신체를 공격할 때도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더 타임스는 설명했다.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남아공 전염병 대응 혁신 센터(CERI) 국장은 이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다른 변이와는 "매우 다르다"며 "기존 변이에서 크게 진화해 도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새로운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와 크게 다른 이유에 대해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전학 연구소 교수는 '한 차례의 폭발적 변이'의 영향일 것으로 예상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한 만성 질환자의 몸 안에서 면역 체계의 저항 없이 자유롭게 변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는 "항체들이 알파·델타 변이보다 이 변이종을 인식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의 변이는 아직까진 'B.1.1.529'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변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이름을 정하고 '주요 변이'로 지정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WHO가 주요 변이(우려 변이)로 지정한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4종류가 있고,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기타 변이(관심 변이)로는 에타, 요타, 카파, 람다, 뮤 등 5종류가 있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변이가 그리스 알파벳 순서상 '누'(ν·nu) 변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