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에서 채취되는 모르핀 성분의 합성마약 오피오이드가 미국인들을 무더기로 중독시킨 배경에는 제약회사, 유통업자, 의사, 약사 등의 공동 모의가 개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플로리다주 의약품 역사전문가가 워싱턴주 법원에서 증언했다.
전 노스 플로리다대학 교수인 데이빗 코트라이트는 16일 미국 굴지의 의약품 유통기업이 연루된 재판에서 증언하면서 1870~1890년 사이 모르핀 처방이 남발돼 중독자가 양산되고 암시장이 조성돼 헤로인 등 다른 마약과 함께 불법 거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1880년대 말까지 미국인 15만여명이 의사처방에 의해 오피오이드에 중독됐다고 밝히고 제약회사와 유통회사들이 신약의 판촉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관례라며 오피오이드 중독바람이 일어날 때마다 의약용 마약이 폭넓게 개재됐다고 덧붙였다.
밥 퍼거슨 법무장관은 맥케슨, 카디널 헬스, 아메리소스버젠 드럭 등 3대 의약품 유통회사들이 워싱턴주 내 병원과 약국을 상대로 오피오이드 판매를 조장해 중독자 양산을 초래했다며 2019년 킹 카운티 고등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마이클 스캇 판사가 주재하는 이 재판은 향후 최소한 12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이트는 1914년 ‘해리슨 마약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마약단속이 제도화되기 시작해 모든 제약회사, 유통회사, 의사, 약사 등 관련자들이 정부당국에 등록하고 마약취급 기록을 보관하도록 의무화됐고, 그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미국의 마약중독자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암 이외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마약치료 범위를 넓혀주자는 ‘수정주의자’들이 대두됐고, 제약회사의 돈을 받은 로비스트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관계법 개정 캠페인을 벌였다며 결과적으로 1996년 옥시콘틴이 합법화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통회사 측 변호사들은 합법적 마약에 중독된 사례는 유통회사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정부 당국은 의약용 및 연구용 오피오이드의 생산량을 제약회사들에 쿼터로 배정하고 있고 유통회사들도 그 한도를 초과해 배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