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렐 앞길 순탄치 않을 듯...중도계열 첫 아시아계 시애틀 시장으로 도전 많아

2021-11-08 (월)
크게 작게

▶ “미국 최고 진보적인 시의회 협조가 관건될 듯”

하렐 앞길 순탄치 않을 듯...중도계열 첫 아시아계 시애틀 시장으로 도전 많아
지난주 시애틀선거에서 승리한 브루스 하렐(사진) 시장 당선자, 앤 데이비슨 검사장 당선자 및 사라 넬슨 시의원 당선자 등 중도보수 계열 후보들이 내년 1월 취임한 후 선거공약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보계가 여전히 시의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렐의 대표공약은 공원과 노상의 홈리스 천막촌 철거였다. 하지만 이는 많은 예산과 면밀한 계획을 요한다. 역시 중도계열인 제니 더컨 현 시장도 2017년 선거에서 1인용 홈리스 미니주택 1,000채를 임기 첫해에 건설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당선 후 실현 못했다. 하렐은 임기 첫해에 보호소 시설을 확충해 공원과 노상의 홈리스 2,000명을 수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하렐은 또 라이벌이었던 M. 로레나 곤잘레스 후보(현 시의장)의 경찰예산삭감 공약에 맞서 정규 경찰관과 상담위주의 비무장 경찰관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국장조차 공석이다(애드리언 디아즈 현 국장은 서리임). 시애틀경찰국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도 시한이 거의 1년이나 지난 해묵은 이슈로 남아 있다.


하렐은 시애틀의 두 번째 흑인 시장이자 첫 번째 아시아계 시장이다. 특히 그의 일본인 어머니가 2차 대전 때 수용소에 강제격리 당했던 피해자라는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렐은 지난해 인권시위로 시애틀을 뒤흔든 흑인들뿐 아니라 아시아계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역대 다른 시장들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계 영자주간지인 노스웨스트 아시안 위클리의 아수나 엥 발행인은 올해 시애틀선거에서 하렐을 지원하는 중국계 등 아시안 유권자들이 특히 노령자들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아시아계 인구가 아직 대단하지 않지만 공공안전과 인종차별에 관한 이슈에서 아시안 유권자들이 하렐 후보에 보인 성원은 선거결과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올해 선거에서 시의원 9명 중 5명이 곤잘레스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진보계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유 있게 재선된 테레사 모스케다 시의원도 곤잘레스 쪽이다. 하지만 시의회의 파워 균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곤잘레스 지지자이며 사회주의자인 샤마 사완트 시의원이 주민들의 소환(리콜)에 걸려 오는 12월7일 재신임 투표를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곤잘레스 지지를 선언했던 앤드류 루이스 시의원은 이미 입장이 달라졌다. 그는 중도계열의 시장, 검사장, 시의원 후보가 대거 당선된 것은 시정부와 시의회가 합심해서 일을 처리하라는 유권자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의 첫 검사장으로 당선된 데이비슨은 경찰폐지론 등 과격한 공약을 떠버린 민주당 라이벌 니콜 토마스-케네디를 간발의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녀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철새라는 이미지 때문에 앞길이 험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관련 단체장은 “공화당 후보에 투표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데이비슨을 찍었다”며 그녀가 “화성에서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찍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