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혼 뒤엔 애완견도 못 보나?...법원“개는 가족 아닌 재산, 상대방 허락없으면 불가”

2021-1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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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뒤엔 애완견도 못 보나?...법원“개는 가족 아닌 재산, 상대방 허락없으면 불가”
이혼한 부부 중 자녀 양육권을 상실한 쪽이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방문하거나 자기 집에 데려갈 수 있듯이 애완동물도 그럴 수 있을까? 물론이라는 지방법원 판결이 뜻밖에 지난달 주 항소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까지 올라갈 초유의 애완견 방문권 소송이 될 공산이 높다.

항소법원은 마리아 토마스 여인에게 매주 수·금·토요일 오후 3시간씩 전 남편 집에 가서 애완견 두 마리를 볼 수 있도록 한 클라크 카운티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애완견이 가족과 마찬가지라는 토마스 여인의 주장과 달리 워싱턴주 관련법은 애완견을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혼한 남편의 재산인 개를 그녀가 남편 허락 없이 방문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항소법원은 모든 가축과 마찬가지로 애완동물도 개인의 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워싱턴주 법원은 애완동물 방문권을 자녀 양육권의 범주에서 다룬 전례가 없고, 이혼 관련법에도 애완동물 방문권 따위의 조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여인은 말도 안 된다며 자신을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주는 반려동물을 마치 자동차나 소파나 스푼 나부랭이 같은 무생물 재산으로 치부하는 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개들을 만날 권한이 있듯이 개들도 자기를 만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인 토마스 여인은 남편 더그 니이미와 27년간 결혼생활 끝에 2018년 이혼하고 독립했다. 그 후 수시로 니이미와 텍스트 메시지로 애완견 방문날짜와 시간을 정해 오다가 아예 클라크 카운티법원에 제소하고 주 3일, 오후 3시간씩 개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정례화 허가를 받았다. 이에 불만을 가진 니이미가 상소했고 지난달 항소법원이 원심을 파기했다.

니이미 측 변호사는 매주 3일 찾아오는 전 부인에게 개를 넘겨주기 위해 니이미가 지난 1년반 동안 수·금·토요일 오후엔 꼼짝 못했다며 이젠 휴가도 갈 수 있고 주말 저녁에도 법원명령에 구애되지 않고 친구들과 만날 약속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토마스 여인의 변호사는 시애틀 주민들의 경우 자녀들보다 개를 더 많이 기르며 아예 자녀를 낳지 않고 그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기르기로 결정하는 젊은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토마스 여인 역시 애완견을 가족개념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마스 여인이 이 케이스를 주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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