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퓨짓 사운드에 연어가 많다고?...범고래 감소원인과 관련된 UBC 연구논문 놓고 학계 설왕설래

2021-10-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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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짓 사운드의 오카(범고래)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원인은 주 먹이인 치누크연어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기존 정설을 뒤집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학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 연구팀은 워싱턴주-밴쿠버 아일랜드 사이의 완 데 푸카 해협과 북부 밴쿠버 아일랜드-캐나다 본토 사이의 존스턴 해협을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동시에 조사한 결과 오카들이 튼실한 존스턴 해협보다 오카들이 왜소한 완 데 푸카 해협과 밴쿠버 남쪽 샐리시 바다에 치누트연어가 더 많이 분포괘 있었다고 밝혔다.

학계는 완 데 푸카를 포함한 퓨짓 사운드의 오카를 ‘남부 주민(southern residents)’으로, 원래 본거지인 북극해와 캐나다 근해에 서식하는 오카를 ‘북부 주민’으로 각각 분류한다.
UCB 연구조사팀을 지휘한 앤드류 트라이트스 교수는 조사결과가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남부주민 오카가 영양실조 상태로 북부주민 오카보다 훨씬 여윈 것은 치누크연어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CB의 연구논문이 지난주 캐나다 전문학회 저널에 발표되자 미국과 캐나다의 10여개 연구기관이 벌떼 같이 일어나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두 해협의 일부 지역에서 채집한 빈약한 데이터를 기초로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일반화한 논리는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대학(UW) 보존생물학센터의 데보라 자일즈 소장은 UCB 논문이 지난 40년간 축적돼온 오카와 치누크연어 관련 데이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남부주민 오카가 북부주민 오카보다 먹이를 4~6배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가설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UCB의 트라이트스 교수는 “고대 천문학자들이 지구는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학설을 내놨을 때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며 자신의 논문은 오카와 치누크연어가 감소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조사시점에서 두 해협의 연어 개체수를 비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퓨짓 사운드의 남부주민 오카는 개체수가 꾸준히 줄어 지난 2005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현재는 J, K, L 등 3개 무리에 73마리가 생존해 있을 뿐이다. 학자들은 오카가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으로 산란지 훼손에 따른 연어의 감소 외에 날로 악화되는 해수오염, 특히 퓨짓 사운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 화물선과 어선 등의 소음으로 인한 사냥방해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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