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대체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나?”...내달 시애틀검사장 선거 두 후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2021-10-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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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시애틀의 새 검사장 선거는 ‘더 좋은 후보’보다 ‘덜 나쁜 후보’를 가리는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인 한 후보는 경찰을 공격하는 과격주의자이고 그녀의 라이벌은 경험부족에다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전향해 시애틀의 정치성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관선변호사 출신인 니콜 토마스-케네디(46) 후보는 작년 7월 동부경찰서(캐피털 힐) 주변에서 일어난 과격 흑인인권 시위 도중 경찰서 건물에 폭발물로 구멍을 낸 시위자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재산파괴의 불가피론’을 들먹였고, 같은 날 경찰관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자 “우스꽝스럽다.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다른 직업을 구하라”고 비아냥했다.

토마스-케네디는 주민의 신뢰회복을 다짐하고 나선 시애틀경찰국에 ‘기저귀를 뭉개고 앉아 우는 아기’라고 조롱했고, 미네소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도중 살해한 경찰관이 유죄평결을 받자 “그렇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경찰은 살인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 ACAB(‘모든 경찰관은 잡놈’이라는 욕의 줄임 말)”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전 주지사인 게리 락과 크리스 그레고어를 비롯해 바비 브리지와 필 탈마지 등 전 대법관을 포함한 30명의 은퇴 법관들이 민주당 후보인 토마스-케네디를 외면하고 공화당 소속인 앤 데이비슨(53) 후보를 지지한다며 그녀가 “시 검사장 후보 중 자격을 가장 잘 갖춘 후보임이 분명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이비슨은 15년 변호사 경력 중 주로 민사소송의 중재역을 맡았고 시 검찰의 주요 임무인 가정폭력, 마약, 폭행, 교통사고 등 경범 재판에는 전혀 경험이 없다. 그녀는 2019년 시애틀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예선에서 3위로 탈락한 후 지난해 공화당으로 옮겨 부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시 검사장은 정당선거가 아니다.

그녀는 토마스-케네디와 달리 친 경찰정책을 표방한다. 그녀는 작년 8월 시민들의 경찰지지 시위에 참석, 경찰 노조위원장과 나란히 선 사진을 SNS에 올리고 “경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예산을 반으로 삭감하면 시민들의 안전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비슨은 지난해 한때 도널드 트럼프 추종자 브랜든 스트라카와 함께 ‘민주당원의 이탈’을 유도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스트라카는 1월6일 트럼프 추종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사건 때 폭도들에게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으라고 SNS를 통해 부추긴 혐의에 대해 지난주 유죄를 시인했다. 데이비슨은 이 사건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었다.

대다수의 민주당 소속 현역 정치인들은 온건하고 경험이 풍부한 피트 홈스 현 검사장이 3선을 시도했다가 지난 8월 예선에서 토마스-케네디와 데이비슨에 이어 3위로 탈락한 것이 아쉽다며 경찰서 건물파괴를 도덕적 불가피론으로 호도하는 토마스-케네디도 문제지만 철새처럼 당을 바꾸며 민주당을 배반한 데이비슨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죄를 범한 후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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