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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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린, 한국인 세상

2021-10-12 (화)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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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녀 골프가 같은 날 미국 무대를 휩쓸었다. 고진영(26)이 먼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3승을 달성하고, 곧바로 임성재(23)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에서 정상을 밟았다. 한국 남녀 선수가 PGA와 LPGA에서 같은 날 승전고를 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진영은 지난 7월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69타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해, 2005년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작성한 LPGA투어 최장 연속 60대 타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임성재는 PGA 투어 50번째 참가 대회에서 생애 첫승을 올린데 이어 100번째 대회에서 2승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고진영 “골프 사춘기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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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26)이 10일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로이터]


LPGA 파운더스컵 우승, 코치·퍼터 바꾸고 6개대회서 3승


14R 연속 60대타수 타이기록 “고국에서 새 기록 작성하고 싶다”

부산 BMW 레이디스 출전


고진영(26)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골프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골프 사춘기’ 같다고 했다. 상반기 동안 5차례 톱10에 들었을 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결국 23개월간 이어온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넬리 코다(미국)에 넘겨줘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8월 도쿄올림픽에서도 공동 9위에 그치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고진영은 올림픽 이후 영국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 출전도 포기한 채 국내에서 1개월 넘게 머물며 재충전을 했다. 예전 스윙 코치였던 이시우 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고, 퍼터도 새로 교체했다.

고진영의 판단은 적중했다. 고진영은 10일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로 카롤리네 마손(독일)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나흘 내내 한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최근 참가한 6개 대회에서 3차례나 정상에 섰다. 지난 7월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9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 이어 올 시즌 3번째 LPGA 투어 대회 우승이다. 고진영은 우승 후 “퍼터를 바꾸고 9월 포틀랜드 대회부터 쓰고 있는데, 두 번 우승하고 두 번의 톱10을 기록했으니 이 퍼터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이 LPGA 투어에서 거둔 개인 통산 10번째 정상이었다. 2017년 10월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8년 1승, 2019년 4승, 지난해 1승에 이어 올해 3승을 더해 10승을 채웠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통산 10승 이상을 거둔 건 박세리(25승), 신지애(11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에 이어 고진영이 다섯 번째다. 고진영이 이번에 우승하면서 LPGA 투어에서 한국 국적 선수들의 통산 우승 횟수는 199승으로 늘었다.


나흘 동안 63-68-69-66타를 친 고진영은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69타)부터 시작된 연속 60대 타수 기록도 14라운드로 늘렸다. 2005년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작성한 LPGA투어 최장 연속 60대 타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고진영은 “한국에서 10승을 했고, 미국에서도 10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소렌스탐의 기록을 깰 기회가 생긴 만큼 고국에서 새 기록을 작성하고 싶다”고 기록 경신의 의지를 보였다. 고진영은 곧장 귀국해 21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한국선수 LPGA 투어 200승 합작과 60타수 행진 신기록에 도전한다.

임성재, 버디 9개 잡아 역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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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23)가 10일 라스베이거스 서머린TPC(파71)에서 끝난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우승 했다. [로이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 50번째 대회 첫승 뒤 100번째 대회

“3승은 150번째 대회보다 빨라야”

한국인 PGA 통산 20승 이정표, 15일부터 더CJ컵 출전 연승 도전


“신기하게 첫 우승은 50번째 대회에서 하고 두 번째 우승은 100번째에 했다. 하늘에서 결정해준 우승 같다.”

임성재(23)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거둔 2번의 우승에 ‘하늘의 결정’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첫 승 이후 좀처럼 들지 못했던 우승 트로피를 꼭 100번째 대회 출전 만에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2019년 PGA 투어 신인왕 출신으로 2020년 3월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하늘의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오로지 연습하고 또 연습으로 따낸 결과다. 지난달 5일 투어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PGA 투어 2020-21시즌을 마친 임성재는 다음날 딱 하루만 쉬고 7일부터 다시 연습장으로 출근했다. 지난 시즌 모두 35개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쳤고 페덱스컵 포인트 20위, PGA 투어 한 시즌 최다 버디(498개) 신기록 작성 등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휴식 대신 연습을 택했다. 그는 “집에 있으면 시간이 잘 안가는데 연습장에 있으면 눈 깜박할 사이에 5시간이 지나간다”면서 “연습장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꾸준한 연습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임성재는 11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서머린TPC(파71)에서 끝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적어내 20언더파 2위 매슈 울프(미국)를 4타 차로 넉넉하게 따돌렸다. 임성재는 ‘버디왕’답게 마지막날 버디를 9개나 쓸어 담으며 9언더파 62타를 몰아쳤다. 임성재는 시즌 상금 2위(130만 2,788 달러), 페덱스컵 포인트 2위로 올라섰고 세계 랭킹도 29위에서 21위로 끌어올렸다.

이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PGA 투어에서 통산 20승째를 쌓았다. 2002년 5월 최경주(51)가 컴팩 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2011년 5월 역시 최경주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10승째였고, 이번 임성재가 20승 이정표를 세웠다.

임성재는 1, 2라운드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14개를 몰아치고 공동 선두를 달렸으나 전날 3라운드에서 1타만 줄이고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밀렸다. 4라운드에서 1, 4, 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와 3타 차 간격을 지운 임성재는 7번홀 버디로 단독선두에 나선 뒤 9번홀부터 13번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낚는 신들린듯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이날 승부처로 10번 홀(파4)을 지목했다. 그때만 해도 매슈 울프와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었던 임성재는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로 들어갔는데 오르막에 턱도 높아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잘 올려서 긴 퍼트(약 7m)로 버디를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3승은 150번째 대회보다는 빨리 하고 싶다”고 외친 임성재는 15일부터 자신의 메인 후원사 대회인 더CJ컵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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