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벼랑 끝에 서 있던 대한민국 축구를 구해냈다. 손흥민은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트리며 복병 시리아를 무너트렸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홈에서 승점 3점을 거두며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란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시리아를 2-1로 꺾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최근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주축 유럽파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벤투 감독은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황의조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다. 2선에는 손흥민, 황희찬과 신예 송민규(전북)를 배치해 시리아의 골문을 노렸다. 중앙 미드필더는 황인범(루빈카잔)과 정우영(알사드)이 맡았고 수비진은 왼쪽부터 홍철(울산) 김영권(감바오사카) 김민재 이용(전북)이 4백 라인을 책임졌다. 골문은 김승규(가시와레이솔)가 지켰다.

홈에서 승리가 절실한 한국은 초반부터 시리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홍철이 박스 안으로 올려준 볼을 송민규가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시리아는 전반 17분 간담이 서늘한 반격을 했다. 김영권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후 시리아의 에이스 오마르 알 소마가 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김승규가 몸을 날려 간신히 실점을 막아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긴 한국은 다시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반 20분과 22분 각각 황의조, 황희찬이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반 40분 황희찬의 발리슛, 전반 42분 황의조의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 등도 모두 무산됐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이 시리아의 골문을 열었다. 황인범은 후반 3분 만에 골대와 약 25m지점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공은 골문 구석으로 호쾌하게 꽂히며 한국의 선제골이 됐다.

그러나 이후 추가골을 얻지 못한 한국은 결국 시리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후반 38분 하르빈이 페널티지역 좌측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그대로 골문 상단을 찔렀다. 홈에서 무승부는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는 ‘에이스’ 손흥민의 발끝에서 결정됐다. 손흥민은 정규 시간 종료 2분을 앞둔 후반 43분 김민재의 헤더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시리아의 골문을 열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동료들이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찬스가 왔다”며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해서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살살 찼는데 잘 맞고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종예선은 매 경기가 힘들지만 이란 원정은 특히 힘들다. 안 좋았던 징크스, 흐름들을 떨쳐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선수단은 하루 회복 시간을 가진 후 9일 전세기편으로 출국해 12일 오후 10시 30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4차전을 치른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