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집

2021-09-24 (금) 12:00:00 신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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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부부간에 나누어야 하는 공동 재산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부부가 함께 살던 집입니다. 이혼 소송에서 집이라는 자산을 나누는 방법도 그 선택의 여지가 다양합니다.

김씨 부부 사례입니다. 김씨네는 10살짜리 아들이 있고, 부부간에 서로 이혼을 하기로 얘기가 끝난 상태입니다. 부부가 가진 재산은 집 하나입니다. 이 집에서 아들이 태어나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형제가 없던 터라,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이 모두 형제입니다.

10년 전에 장만한 집이 값이 꽤나 올랐고, 월 모기지 페이먼트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착실히 직장생활을 해왔고, 언젠가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작게 시작해 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번에 이혼하면서, 어차피 집을 정리해서 나누어야 하니, 이제 직장 그만두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진지하게 꺼내 놓는 말,‘당신이 이제껏 고생해서 이 집을 마련하고, 여기서 우리가 아이 키우고 살아온 시간들을 고맙게 생각해요.


근데, 이 집을 우리 아들이 대학을 갈 때 까지만, 내가 여기서 애 랑 살면 안 되겠어요? 이 집을 떠나, 애가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걱정이에요.’ 이에, 아저씨 한참을 생각하더니,‘안 그래도 나도 애한테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렇게 합시다. 어차피, 이집에 모기지 내는 돈으로는 요즘 아파트 원 베드룸도 못 구해.’ 이에, 아줌마, 아저씨가 직장 그만두고 얼마나 자기 일을 하기를 간절히 원했는지 알기에, 고개를 떨구고 말을 이어갑니다.‘당신이 7-8년을 더 고생해야 하듯, 나도 힘껏 노력해 볼게요. 애가 학교가는 시간이 길어지니, 나도 나가서 얼마라도 벌어보려고요. 그러니, 우리한테 매달 주는 생활비 적게 주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 얘기가 이렇게 풀리면, 매일 이혼을 밥 먹듯 시켜야 하는 이혼 변호사지만, 김씨네 부부, 왜 이혼하는 지 모르겠어요. 마음 맞춰 계속 사시지, 안타깝습니다.

여기서, 법을 좀 살펴보면은요, 이혼 시 부부공동 재산은 부부간에 동등하게 분배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재산 들이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나누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각각의 재산의 순 가치 평가를 따져서, 한 쪽은 집을 가지고, 다른 쪽은 비즈니스, 그리고 그 차액은 기타 현금, 연금, 증권 등의 배분으로 조절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씨네처럼 가지고 있는 재산이 집이 전부인 경우에는, 집을 팔아서 순 이익금을 나누어야 합니다.

물론, 있는 집을 팔고, 각자 새로 살 곳을 마련하자면, 경제적으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지만, 이혼을 하면서 예전에 살던 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 김씨네처럼, 집을 팔기는 하되, 그 시기를 늦추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이 팔리는 그 시점까지는, 이혼이 끝난 후에도, 부부가 공동으로 50/50 소유권을 유지하다가, 집을 팔면서 이익금을 반 반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집에 남아 집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경제적인 이득을 보게 되고, 상대방은 집 매매 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쌍방 간에 금전적인 절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집을 세를 놓아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고려하여, 집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대방이 지불해야 하는 배우자 생활비, 양육비 금액을 하향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많은 이혼의 경우, 결혼 중 장만한‘우리집’을 쪼개면서 으악 으악 싸우기가 일쑤입니다.‘내가 너 만나 인생 종쳤는데, 이혼하면서 집 하나는 남겨줘야 지’, 혹은,‘내가 못 가지면 너도 갖지 마’ 등 등. 김씨네처럼, 비록 헤어지지만, 서로를 끝까지 배려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하는 이혼, 드물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이혼입니다.

<신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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