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고차를 확보하라” 딜러마다 매물 확보 전쟁

2021-09-09 (목)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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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페널티, 현금 등 인센티브 제공하며 집중 공략

▶ 차량 리스 계약기간 중 제3자 판매금지까지 등장

“중고차를 확보하라” 딜러마다 매물 확보 전쟁

한인 자동차 판매업체들이 중고차 매물 확보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에 중고차 확보 비상이 걸렸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자 신차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려 중고차 매물 부족이라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진 탓이다.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는 리스 고객 대상으로 중고차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반환 예정인 리스 차량을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까지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는 등 중고차 매물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8일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물이 부족하게 된 것은 신차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쏠리면서 발생했다.

한 한인 자동차판매 딜러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신차 생산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평소 하루 10대 정도의 신차 매물이 들어와야 하는데 요즘 3~4대로 크게 줄었다”며 “신차 구매를 하려던 고객들이 중고차로 구매로 많이 돌아선 탓에 중고차 매물도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중고차 매물의 주요 공급처는 자동차 렌트 업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자동차 렌트 업체들도 불경기를 맞아 지난해 대량으로 보유 차량을 팔아 치워 중고차 공급처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반납된 리스 차량도 매물로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서 중고차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일조했지만 신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리스 차량을 구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난 것도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고차 매물이 부족해지자 중고차 판매 가격은 신차 가격과 함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전문 정보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에 따르면 중고차 평균 판매 가격은 2만7,272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25%나 상승했다.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는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리스 차량 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리스 계약 만료일이 3~4개월 이내에 주행거리(마일리지)가 낮은 최근 연식의 차량이 공격적 마케팅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차량을 리스한 고객에게 조기 반납에 따른 금전적인 지원과 페널티 완화와 같은 조건들을 제시해 중고차를 선점하려 애쓰고 있다.

중고차 매물 확보 차원에서 아예 리스 차량에 대해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에 나서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리스 계약 기간 이전에 ’카맥스‘와 같은 제3자에게 리스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반드시 최초 리스 계약을 한 딜러에게 리스 차량을 반납하는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닛산, 인피니티, 혼다, 어큐라 등 주요 자동차 판매업체들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향후 도요타와 렉서스도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칩 부족 사태가 2022년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푸엔테스힐스 현대의 찰리 정 매니저는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은 신차 매물 부족 현상과 맞물려 빚어진 현상”이라며 “신차 가격이 높다 보니 타던 차를 아예 구매하는 ‘리스 바이아웃’(lease buy-out) 경향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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