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도체 `쩐의 전쟁’… 파운드리 지형 흔든다

2021-09-09 (목) 12:00:00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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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애리조나에도 공장 2개 조성…삼성전자, 미 공장 부지 선정 속도

▶ TSMC도 미국에 110조 투자 계획

인텔이 10년간 110조 원(800억 유로)을 들여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유럽에 짓겠다는 발표는 삼성전자·TSMC 등 초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삼성전자도 지난 5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기존 133조 원에 38조 원을 더해 총 17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4년간 110조 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들 3사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 규모는 모두 400조 원에 달한다.

1월 선임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3월 ‘IDM 2.0’이라는 정책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발표한 후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투자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약 22조 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설립하고 뉴멕시코주에는 약 4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패키징 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에 11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110조 원은 인텔의 지난해 설비 투자액(14조 원)의 8배에 해당하는 초대형 투자다.


인텔의 이번 발표에는 삼성전자·TSMC 등 기존 파운드리 강자보다 먼저 유럽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올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하면서 줄곧 ‘불균형한 반도체 제조 시장’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의 80%가 삼성전자·TSMC 등이 있는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어 파운드리 서비스 공급에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TSMC도 더욱 치열하게 ‘쩐의 전쟁’에 참전해 세계 각지에 있는 고객사와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미국에 오스틴 공장(S2)에 이은 미국 제2파운드리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에 더욱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5월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미국 신규 파운드리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텍사스주·애리조나주·뉴욕주의 5개 도시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부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현지 파운드리는 물론 국내 평택 2공장(P2) 파운드리, 3공장(P3) 파운드리 양산 라인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로 늘어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P3에서는 다중가교채널트랜지스터(MBCFET) 기술 기반 3나노 제품 양산 라인이 갖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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