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자동차 정비공’찾기 어렵다ⵈ남의 업소서 빼오기 혈안

2021-09-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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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정비업소마다 구인난

시애틀 ‘자동차 정비공’찾기 어렵다ⵈ남의 업소서 빼오기 혈안

로이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굴지의 IT 기업체들이 진치고 있는 시애틀에서 컴퓨터 전문가보다 더 채용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 있다, 미캐닉(자동차 정비공)이다.

주정부 고용안전부(ESD)에 따르면 미캐닉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거의 2배나 많아 모든 업종 중 가장 치열한 인력난을 기록했다.

여섯 자리수 봉급을 제시해도 온다는 사람이 없어 남의 정비소에서 미캐닉을 빼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킹 카운티의 2019년 미캐닉 수는 2001년보다 152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28% 늘었다.

다른 직종들처럼 미캐닉 인력난도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주당 300달러의 추가 팬데믹 실업수당 탓이 크다. 팬데믹으로 해고된 미캐닉들이 재취업하려들지 않는다.

연방정부 가외 수당의 시효가 지난 4일 만료됐지만 업계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캐닉 인력난은 팬데믹 이전부터 시애틀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칼리지나 기술대학에서 자동차정비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

모지스 레이크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선 2016년 52명이었던 등록학생이 2019년 39명으로 줄었다. 특히 시애틀처럼 고임금을 받는 고급두뇌들이 흘러넘치는 상황에서 몸으로 때우는 자동차 정비공이 젊은이들 사이에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자동차 정비는 예전과 달리 컴퓨터 지식이 필수가 됐다. 그래서 정비공을 미캐닉이 아닌 ‘자동차 기술자’로 부른다. 하지만 호칭이야 어쨌든 IT 기술자들과는 신분 면이나 보수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시애틀에서 경험 많은 ‘매스터’급 미캐닉은 10만달러대 연봉을 받지만 대부분의 새내기들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4만달러 정도를 받는다.

더구나 이들은 자비로 1만달러 상당의 연장을 구입해야 한다. 연공이 쌓이면서 새로운 연장 구입에 수천달러씩 투자해야 하므로 정상급 미캐닉이 된 뒤엔 연장 수가 100여개에 달하게 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미캐닉 인력난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시애틀의 주택난이다. 집값과 아파트 렌트가 너무 올라 새내기들은 물론 중간급 레벨의 미캐닉들도 계속 교외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은 박봉에 시애틀까지 장시간 통근하기보다 아예 직업을 바꾸기 일쑤다. 예를 들어 건축업 인부는 연장구입에 5,000달러 정도를 투자하면 시간당 35달러를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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