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기묘묘 바위들의 향연…스타트랙 촬영도

2021-09-03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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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Vasquez Rocks Natural Area

기기묘묘 바위들의 향연…스타트랙 촬영도

Vasquez Rocks Natural Area 내부에 있는 바위들의 모습.

기기묘묘 바위들의 향연…스타트랙 촬영도

Vasquez Rocks Natural Area 의 입구 모습.


기기묘묘 바위들의 향연…스타트랙 촬영도

기기묘묘 바위들의 향연…스타트랙 촬영도

Vasquez Rocks Natural Area의 바위들.


지난 주에 JMT의 일부구간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산행지인의 말에 의하면, 많은 호수들 중 작은 호수들은 완전히 말랐거나 바닥이 거의 드러난 상태이고, 등산로 자체도 아주 건조하여 걸음을 걸을 때마다 먼지가 풀풀나는 상황이라서 먼지때문에도 수시로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 가주는 지금 심히 건조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겠는데, 지금 이 시각에도 북가주를 태우고 있는 여러 산불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알려져 있고, 또 새로운 산불발생의 위험도가 아주 높은 상황이라, 급기야 오늘 (8/31/2021) 밤 11시 59분을 기하여 가주의 모든 국유림 (약2,000만 에이커)에 대한 출입금지조치가 내려졌으며, 이를 위반하는 사람에게는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오늘은 국유림이 아닌 곳으로 여겨지는, LA에서 북쪽으로 약 44마일거리에 위치한 Vasquez Rocks Natural Area 를 소개한다.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지표에 돌출되어 있는 매우 인상적인 지역인데, 약 1,500만년에 걸쳐 잔 모래가 퇴적되어 생긴 20,000’ 두께의 사암층이,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과 지진활동에 의하여 지표면에 노출되어졌다는, 매우 특이한 형상들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Vasquez라는 일세를 풍미하던 악당(Bandido)의 이름이 붙여진 배경을 알아보자. 캘리포니아가 아직 멕시코의 영토였던 1835년에 Monterey 에서 Tiburcio Vasquez라는 이름이 주어지는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넓은 땅을 소유한 유복한 멕시코계 가문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자라면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만큼의 교육도 받았다. 잘생기고 유식했으며 기타와 춤에 소질이 있고, 낭만소설을 좋아했고 또 아름다운 여인을 위한 시도 써봤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겨, 캘리포니아를 자국영토로 삼은 지 2년쯤뒤인 15세 때에, 어쩌다가 공교롭게 어느 범죄현장에 있게 되었고, 백인 보안관이 자신의 무죄를 믿어줄 것 같지가 않아, 무법자 집단에게로 피신하여 결국 갱 멤버가 된다.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았던 친구는 즉시 사형에 처해 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중에는 갱단의 두목이 되어39세가 될 때까지 말이나 재물을 훔치는 등의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추격대를 신출귀몰, 여유롭게 따돌리곤 하여 전국적인 악명을 얻는다.

급기야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당시로는 엄청나게 큰 금액인 15,000이라는 현상금을 걸기에 이르고, 이에 크게 위기감을 느껴 1873~1874년 사이에 은신처로 찾아 든 곳이 바로 이곳 Vasquez Rocks Area였다고 한다.

“나는 우리가 가진 제반 사회적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믿고 있으며, 그렇기에 나는 나와 내 고장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고, 궁극적인 나의 투쟁목표는 캘리포니아를 멕시코의 영토로 다시 되돌리는 것이다” - Vasquez가 감옥에 있을 때, 남긴 말이라고 하니, Vasquez는 미국인들에게는 혐오스런 악당이었지만, 많은 멕시코계 캘리포니아인들이나 토착민들에겐 의로운 영웅으로 인식되어졌다고 한다.


특히 그는 여성들로 부터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종국엔 무절제한 여성탐닉이 결국 그를 몰락케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가 1874년 5월에 LA의 Arroyo Seco Area에서 체포되기 직전에는, West Hollywood에 있는 한 친척의 농장에 은신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Felicia라는 질녀를 임신시킴으로써, 이에 분노한 그 가족이 보안관에게 그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잡히게 되었다니, 여자란 남자에게 과연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일까? 감미로운 사약?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Blackhole? 끊임없이 뜨거운 청춘의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마법의 샘? 이래저래 여성이란 남자의 본성이나 이성으로는 결코 제어하거나 초월할 수 없고 영원히 그 바닥에 닿을 수 없는 아득한 ‘현빈의 문’이라 하겠다.

본인은 살인한 일이 결코 없다고 끝내 부인했지만, 살인죄로 기소된 재판에서의 유죄평결로 39세였던 1875년 3월19일에 San Jose에서 교수형을 받게 된다.

옥중에 있을 때에도 특히 여성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고 하니, 죽음을 기다리는 그에게 그래도 적잖이 위안이 됐을까? 형장에서의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Pronto!(빨리!)“였다고 한다.

얼마 전에 얼핏 신문에서 읽은 기사내용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에 할빈역에서 침략의 원흉가운데 하나인 이토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안중근의사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소개한 것이었는데, ‘적절한 절차에 의해 점령된 식민지의 한 악당이 저지른 잔혹한 테러’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국을 유린한 적국의 거물을 과감히 사살한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애국적 장거”이고 보니, 세상사란 그렇게 단순명쾌한 것이기 보다는 차라리 매우 상대적이며 복잡다단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희대의 악당 Vasquez’도 지금처럼 히스패닉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가 지속되다보면 머잖아 ‘불우한 동족을 돕고, 조국 멕시코의 광복을 위해 결연하게 투쟁하다 부당하게 희생된 걸출한 애국지사‘로 기려질 가능성이 아주 큰 그런 인물이라고 하겠다. 하긴 지금도 어엿이 Tiburcio Vasquez Health Center(TVHC)가 San Francisco 인근의 Union City에 설립되어 30년이 넘게, 의료보험이 없는 빈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150여년 전의 옛시절에 악명이 높았던 Vasquez와 그 일당이 집요한 백인추격대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을 정도로 크고 작은 기기묘묘한 경사진 바위들이 이리저리 산재되어있는 이 공원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데는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North를 탔다가 170번 Freeway(Hollywood Freeway) North로 갈아타고 다시5번 Freeway를 따라 북상한다. 14번 Freeway(Antelope Valley Freeway)가 나오면 다시 바꿔탄 후, Agua Dulce Canyon Road에서 내린다.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2마일을 올라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꺾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이는Agua Dulce Canyon Road가 아닌 직진하는 Escondido Canyon Road를 따라 동쪽으로 0.3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이 공원입구가 나온다.

공원안으로 나 있는 차도를 따라 왼쪽으로 반마일쯤을 들어가면 45도쯤의 각도로 동쪽을 향해 들려있는 이른바 Tiburcio Vasquez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바위를 지나 넓은 주차공간이 나온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단, 오전 8시에 개장하고 오후 7시에 폐장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44마일쯤의 거리인데 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혹시 모르니, 개장여부를 사전에 미리 확인해 보시길 당부드린다.

10700 Escondido Canyon Road, Agua Dulce, CA 91350, Phone: (661) 268-0840

등산코스

이 공원의 총 면적은 약 932 Acre(약 115만평)가 된다고 하는데, 볼만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구역은 약 745 Acre(약93만평)가 되고, PCT를 비롯하여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나있는 등산로나 발자취들을 따라서 다니면 보통 3마일정도는 걷게 된다고 한다.

가장 높은 바위라도 150’를 넘지 않고 사암의 특성상 바위의 표면이 미끄럽지가 않아 대체로 어느 바위를 오르더라도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는 듯 한데, 그래도 몸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꼭 필요하겠다.

공원안에 있는 바위 어느 곳이라도 출입을 통제하지 않으니, 원하는 곳은 어디라도 자유로이 걸어다니고 올라갈 수 있는 점이, 과연 미국답다고나 할까, 꽤 인상적이다.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여 서쪽 끝 부분이나 남쪽 끝 부분까지도 여유롭게 살펴본다면,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섬세하고도 기묘한, 실로 다양하고도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실컷 즐길 수 있으며, 왜 이곳이 “Star Trek” 등 그렇게도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로 선택되고 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된다.

공원의 북동쪽 부분에는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Nature Trail이 있어 Black Sage, Sage Brush, Buckwheat, Chamise, Juniper 등의 식물들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피크닉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면 이 공원의 전체적인 윤곽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개를 잘 굽어 볼 수 있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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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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