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여행사 가이드들 지금 어디에…”

2021-08-26 (목)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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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줄어 대거 실업 상태

▶ 복귀율 4분의 1도 안돼, 타업종 이직 많아

“한인 여행사 가이드들 지금 어디에…”

코로나 사태로 많은 한인 가이드들이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한인 여행객들이 버스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삼호관광 제공]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코로나19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LA 한 한인 여행업체에서 십 수년간 일했던 가이드의 말에서 현재 한인 여행업체의 가이드들이 처한 현실의 녹록하지 않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한인 여행업체들이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뒤쳐지고 있는 가운데 여행 가이드들의 직장 복귀도 저조해지자 장기화된 실업상태에 놓여 있는 가이드들은 생활고의 우려와 함께 이직도 늘고 있다.


25일 LA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행사 가이드들의 업무 복귀율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호관광(대표 신성균)과 US아주투어(대표 박평식) 등 주요 한인 여행사들의 경우 요세미티와 러시모어 지역의 국내 여행 상품의 호조로 가이드들의 복귀율이 20% 수준이지만 그외 여행사들은 15% 안팎의 복귀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방문은 물론 국내 여행도 제한을 받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한인 여행업체에 소속된 가이드들은 장기 휴직에 들어간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연방정부의 600달러 추가 실업수당이 지원되면서 수입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추가 실업수당이 반토막 나면서 가이드들의 수입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다음달 4일이면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도 중단될 예정이어서 가이드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업상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가이드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A 한인 여행업계에 소속된 가이드는 대략 120명 수준. 이중 20% 정도는 현업에 복귀하고 30%는 복귀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 나머지 50% 정도는 이직을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행사 가이드들이 취업할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현직 가이드들의 말이다.


한 한인 가이드는 “가이드라는 직업 속성상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며 “음식 배달이나 페인트 칠하기, 우버나 리프트 등으로 이직하는 가이드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한인 가이드들의 이직은 지난달 남가주 취업 현황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지난달 여행 및 오락 부문의 취업 수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86%로 지난해 2월에 비해 2만4,100명이 줄어든 상태다.

문제는 한인 여행업계의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미국 내 여행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주춤한 상태인 데다 한국 방문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는 물 건너 갔고 내년에나 기대해 볼만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인 가이드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버텨내야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또 다른 한인 가이드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직업이 여행사 가이드인 것 같다”며 “지난 1년 6개월이 생활고로 인해 힘든 상황이지만 새로운 일을 찾고 또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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