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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폐암,‘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생존 기간 2배 늘려

2021-08-24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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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L1 발현율 상관없이 유전자 변이 없는 모든 환자 혜택

#63세 남성 A씨는 얼마 전 전이성 비소(非小)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 면역 항암제 1차 단독 요법 치료를 위한 검사인 PD-L1 발현율도 음성으로 나타났다. 주치의는 A씨의 치료를 고민하던 중 현재 최신 표준 치료이자 PD-L1 발현율 음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A씨는 치료 시작 후 2사이클(3주 1회 투여)만에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고 컨디션이 상당히 호전됐다.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비급여여서 치료비 부담이 많아 어렵게 치료를 결정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 A씨와 가족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표준 치료’란 객관적인 임상 연구 데이터를 가지고 생존 기간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 받아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치료 기준이 되는 치료법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각 질환, 병기마다 가장 최선의 치료 옵션을 표준 치료로 권고하고 업데이트한다. 최근 몇 년 새 폐암의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치료제의 연구 결과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폐암은 지난 10년간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다.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 받고 늦게 진단받은 만큼 암이 상당히 진행돼 치료법도 매우 제한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폐암 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은 세포 독성 항암 화학요법이었다. 하지만 세포 독성 항암 화학요법은 몸의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전신 부작용을 동반해 3명 중 1명(27.1~36%)은 다음 단계 치료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면역 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T세포가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존 항암 화학요법보다 치료 효과는 뛰어나고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서 이상반응은 줄였다.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PD-L1 발현 음성을 포함한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존 항암 화학요법보다 우수한 치료 혜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기존 치료 대비 생존 기간이 2배(22개월 vs 10.6개월) 연장됐고, 치료에 반응을 보였던 환자군 중 80.4%가 2년 간 치료를 마친 뒤 4년 간 생존했다.

이는 기존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 8.9% 대비 월등히 늘어난 수치로, 4기 전이성 폐암도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을 표준 치료로 사용하면 장기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을 4기 전이성 폐암의 표준 치료로,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카테고리 1’ 중에서도 선호 요법(Preferred)으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임상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반응률을 높이고 대상 환자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 항암제 단독 요법은 특정 조건(PD-L1≥50%)을 만족한 환자에게만 투여할 수 있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병용 요법은 PD-L1 발현율이 낮거나 음성인 환자를 포함한 모든 4기 전이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가 가능해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종양을 약물에 반응하는 종양으로 바꾸어 단독 요법의 낮은 반응률도 극복했다(44.8% vs 62.6%).

이런 병용 요법의 높은 반응률은 단독 요법 초기에 종종 발생하는 과다 진행(Hyper-progression) 위험을 낮춰 초기 질병 진행 가능성을 줄이고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내 환자의 일상생활을 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김혜련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였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매우 의미 있는 표준 치료 옵션”이라고 했다.

김 과장은 “단독 요법은 일부 환자만 치료가 가능하고 반응률이 낮다는 한계는 있는 반면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은 면역 항암제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단독 요법의 한계를 극복해 연구뿐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도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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