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가뭄, 산불, 홍수…
기후재난 소식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온다. 매번 기록적이고, 매번 최고 피해다.
3주 전 시작돼 지금도 활활 타고 있는 ‘딕시’ 파이어가 가주사상 두 번째 큰 산불로 등극했다. 캘리포니아 사상 가장 큰 산불 7개 중 6개가 2020년에 일어났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조짐이 더 나빠 보인다. 산불 시즌은 이제 시작이니 말이다.
캐나다와 시베리아에서도 금세기 최악의 산불이 한 달 넘게 타고 있고, 그리스와 터키에서는 지난 주말 동시다발적 산불이 일어나 통제 불능으로 번지고 있다.
폭염은 또 어떤가. 6월말 북미서부지역을 덮친 폭염으로 캐나다에서 700여명, 워싱턴과 오리건 주에서 200여명이 돌연사 했다. 태평양 해안에서는 수억 마리의 바다생물이 떼죽음을 맞았다. 혹서로 절절 끓고 있는 서울에서도 한강 수온이 상승해 물고기들의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뭄 역시 심각하다. 현재 가주는 50개 카운티에 가뭄비상령이 내려졌고 15% 절수가 요구되고 있다. 중가주의 우물과 저수지는 거의 다 말라버렸고, 식수원인 대형 호수들의 수위는 30% 이하로 내려갔다. 지난 주말 에드워드 하이엇 수력발전소가 54년만에 처음으로 전력생산을 멈췄는데 그 이유도 인근 오로빌 호수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남미도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남미의 등뼈 안데스산맥의 눈과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고, 아마존 강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파라나 강의 수위는 1944년 이후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올여름 홍수재해도 최악이다. 지난달 말 독일에서 ‘100년만의 폭우’로 165명이 사망했고, 중국 허난성에는 ‘천년만의 폭우’가 내려 지하철이 침수되고 300여명이 숨졌으며, 인도에서도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로 최소 180명이 숨졌다.
이게 다 지난 한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부인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 재난들은 각자 따로따로가 아니라 다 연결되고 연쇄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30년동안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어제 발표된 유엔보고서는 결론지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전 지구적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재난의 파편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기 때문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가 대표적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인근 도시들은 잿빛 연기에 뒤덮이고 대기 질은 최악이 된다. 연기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수천마일을 이동하는데, 지난달 오리건 주 부트레그 산불의 연기구름이 뉴욕까지 날아갔고, 시베리아의 산불연기는 알래스카에 도달했다. 지금도 캐나다 서부의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까지 날아가 뉴욕 맨해튼의 대기 질이 15년만에 최악이라고 한다.
산불은 숲과 나무들뿐 아니라 건물, 자동차, 플라스틱 등을 모조리 태우면서 유독한 화학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혈압과 생식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암과 신경학적 장애와도 연관된다. 산불연기는 일차적으로 호흡기를 공격하고, 혈액으로 유입되면서 심혈관계 위험도를 높인다. 특히 아직 면역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가 가장 위험하고 임신부, 노인, 천식환자, 야외근로자의 폐 건강에 평생 지속되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폭염도 생명을 위협하는 피해를 낳는다. 열사병뿐 아니라 탈수와 전해질 장애를 포함한 광범위한 질병 때문이다. 노인은 4배나 더 위험하고, 냉방시설 없는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기온이 올라가면 또한 나무와 식물들이 꽃가루 등 알러지 유발항원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방출하여 알러지 환자들이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모기와 진드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라임병, 뇌염,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뎅기열, 심지어 말라리아도 유행할 수 있다.
가뭄은 흉작과 물 부족 사태를 낳아 식량과 식수 문제를 일으키고, 홍수는 식수 오염과 식중독 위험을 높인다. 물난리가 나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전염병과 수인성 질병이 창궐한다. 불어난 물속을 걷기만 해도 박테리아의 혈액침투 위험이 15배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정신건강도 황폐하게 만든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홍수와 산불 등 자연재해를 겪은 사람들은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일자리나 주택을 잃은 절망과 상실감은 물론, 우울증과 외상성 스트레스장애(PTSD)가 크게 늘어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은 뉴올리언스에선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신체에 누적된다. 지구촌 어디에 살고 있든지, 사회경제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미세플라스틱 세상에서 가뭄과 폭염 속에 오염된 대기를 숨 쉬는 현 인류는 다같이 기후재난 피해자요, 환경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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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