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 출신 육상스타, 올림픽 역사상 첫 1,500m·5,000m·10,000m 3관왕 도전
시판 하산이 2일 오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5,0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양팔을 벌리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로이터=사진제공]
'신인류'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이 위대한 도전의 첫걸음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하산은 2일 오후(현지시간 기준)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5,000m 결선에서 14분36초79로 우승했다.
헬렌 오비리(케냐)는 14분38초36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비비안 체루이요트(케냐)에 1위를 내줬던 오비리는 이번에는 '하산의 5,000m 도전'이란 변수에 또 2위를 했다.
하산은 2019년 도하에서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처음 1,500m와 10,000m에서 동시에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다.
육상에서 1,500m와 10,000m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많은 전문가가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만드는 하산을 '신인류'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산은 도쿄올림픽에서는 5,000m까지 영역을 넓혔다.
일단 1,500m, 5,000m, 10,000m 3개 종목에 출전해 '사상 초유의 중거리와 장거리 혼합 3관왕'에 도전한다. 예선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느끼면, 한 종목의 출전은 포기할 수도 있다.
아직은 체력적인 문제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2일에는 오전과 오후, 두 번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산은 오전 9시 47분에 시작한 1,500m 예선 2조 경기에서 4분05초17로 조 1위를 했다. 과정은 극적이었다.
하산은 마지막 바퀴에 접어들 때 케냐의 에디나 제비토크와 부딪히면서 넘어져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선두권과 20m 넘게 차이가 벌어져 예선 통과가 어려워 보였지만 그는 이내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 결국 2위 제시카 훌(호주·4분05초28)에 0.11초 앞선 1위로 들어왔다.
오후 9시40분, 다시 출발선에 선 하산은 5,000m를 가장 먼저 달리며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었다.
하산은 '난민 출신 육상 선수'로 주목받았다.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하산은 다른 선수보다 늦은 15세(2008년)부터 육상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11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하면서 유럽이 주목하는 중장거리 선수로 올라섰다.
하산은 2014년 취리히 유럽선수권에서 1,500m 우승을 차지하고, 5,000m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m 3위에 오르더니, 2017년 런던 대회에서는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제는 난민 시절을 언급하지 않아도 하산에 관해 할 이야기가 넘친다.
2일에도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하산은 5,000m 우승을 차지한 뒤 "나도 믿을 수 없다. 나는 오늘 아침 1,500m 예선을 뛰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고, 솔직히 피곤했다"며 "내가 오늘 (5,000m)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나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특별한 날이다"라고 말했다.
하산을 보는 팬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더 놀란다.
2021년 여름 도쿄에서 하산은 지구력과 스피드를 동시에 뽐내며 육상계에 유례없는 사건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