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슛오프에서 아쉽게 금메달 내줬지만 환한 얼굴로 시상대에
(도쿄=연합뉴스) 김민정이 3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 2개를 딴 선수다.
여자 10m 공기권총과 10m 공기권총 혼성에서 내리 은메달을 땄다. 여자 25m 권총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첫 올림픽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다. 결과는 본선 18위.
그런데 2020 도쿄올림픽에서 김민정은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 종목인 공기권총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는데, 전화위복이다.
30일(현지시간 기준)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도쿄올림픽 여자 25m 권총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정은 "저는 10m, 25m 둘 다 잘한다"며 "하하" 웃었다.
김민정은 자신 있었던 10m 선발전에서 떨어졌을 때 힘든 마음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또 준비한 25m가 있어서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민정은 4월 열린 선발전을 준비할 때 25m 권총이 잘 안 풀려서 10m 공기권총에 매진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몇 개월 동안 25m는 안 쐈다. 선발전 때는 훈련 안 했고, 공식 훈련 때 쐈다"고 말했다.
손을 놓고 있었던 25m 권총에서 태극마크를 단 김민정을 보고 후배들은 '천재'라고 불렀다.
김민정은 25m 권총을 잡기 시작한 뒤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너무너무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걱정이 별로 없었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왔다. 내가 해온 것만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긴장 안 하고 즐겼다. 끝나니 홀가분했다"며 웃었다.
19세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던 김민정은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는 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열심히 하는지 몰라서 어영부영했다"고 돌아봤다.
김민정은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것과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확실히 생각하고 왔고, 잘 도착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메달보다는 사격하면서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더라"라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너무너무 즐겁고 재밌었다"며 활짝 웃었다.
김민정은 결선 최후의 2인으로 남아 슛오프 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5발에서 희비가 갈려 금메달은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김민정은 아쉬운 표정이 아닌 밝게 웃는 표정으로 시상대에 섰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김장미 이후 9년 만에 나온 여자 권총 메달리스트다.
"슛오프 때도 그렇게 떨지 않고 쐈다"는 김민정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 어리니까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아쉬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민정은 "금메달을 땄어도 아쉬움은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부족한 것을 더 채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정의 메달로 한국 사격은 도쿄올림픽 메달의 물꼬를 텄다.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 등이 출전한 10m 공기권총 종목들에서 한국 대표팀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민정은 "한국팀 메달이 없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부담도 조금 있었는데, 사대에 들어가니까 그런 생각 안 나더라"라며 "경기하면서 재밌었다. 정말 저에게 뜻깊은 첫 메달이다"라고 밝혔다.
본선 8위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본선 8위로 올라온 김민정은 "결선에 들어가서 너무 좋았다. 올림픽 결선을 한 번쯤 인생에서 경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4개월가량 가족을 못 봤다는 김민정은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 강아지도 보고 싶다. 팀 코치, 감독님도 보고 싶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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