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식욕이 크게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름철 식욕부진’이다. 이 같은 입맛이 없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영양실조,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입맛이 왜 떨어질까? 우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때 위장 운동이 저하되고 소화 효소도 덜 분비되면서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름에 음식을 먹으면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몸은 열을 덜 내기 위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분비한다. 이 렙틴 호르몬 때문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냉방기구 사용으로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크면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나타나 식욕 중추가 억제될 수 있다.
박주현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실내외 온도차가 8도 이상인 곳을 왔다 갔다 하면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만 소화ㆍ배설 등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은 억제돼 식욕이 감소한다”고 했다.
이 밖에 더우면 몸은 체온 유지에 필요한 기초대사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소비를 덜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자연히 식욕이 떨어진다. 덥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보충해야 할 열량이 줄어 식욕이 저하한다.
이 같은 무더위로 인한 식욕부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식욕부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이로 인해 몸무게가 5% 이상 줄었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욕부진이 오래되면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때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는데, 특히 여름철에는 장염ㆍ식중독 등에 노출되기 쉽다”고 했다.
평소 식욕이 좋지 않은 고령인이라면 여름에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황희진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인은 위장ㆍ후각ㆍ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탈수에도 취약해 식욕부진 증상이 더 심하기에 영양 섭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식욕부진에서 벗어나려면 △조금씩 자주 먹기 △적절한 운동 하기 △달고 찬 음식 먹지 않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입맛이 없으면 식사량을 천천히 늘리고 조금씩 자주 먹으면 식욕이 다시 생길 수 있다. 다만 탄수화물ㆍ지방이 많은 음식을 주로 먹으면 살이 찌고 신진대사를 늦추는 등 건강에 해로워 피해야 한다. 기름기 적은 닭고기ㆍ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비타민ㆍ미네랄이 풍부한 채소ㆍ과일도 적절히 먹는 것이 좋다.
날씨가 덥다고 집안에만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는다. 그러면 잉여 에너지가 식욕을 떨어뜨리고 밤에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황희진 교수는 “운동은 식욕을 부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해가 떠 있는 시간대를 피해 30분 정도 걷기ㆍ자전거 타기 등 적절한 운동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씻어 숙면을 유도하면 결과적으로 식욕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입맛이 떨어진다고 차가운 아이스크림ㆍ음료수를 많이 먹으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조현 교수는 “오미자ㆍ매실 등 신맛이 나는 음료는 침과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 기능을 개선하므로 자주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