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의 망상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피마반세린(pimavanserin)이 치매 환자의 환각, 망상 등 정신병증(psychosis)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배너 알츠하이머병 연구소(Banner Alzheimer's Institute) 소장 피에르 타리오 박사 연구팀이 상담심리(counselling) 치료가 듣지 않는 정신병증을 보이는 치매 환자 3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파마반세린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4일 보도했다.
치매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여러 형태의 정신병적 증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망상이다. 누가 자기를 해치려 한다든가, 자기 물건을 훔치려 한다든가 착각하는 것으로 불안, 공격적 행동, 언어폭력으로 이어져 가족이나 보호자를 힘들게 만든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거의 절반이 정신병증을 보인다. 정신병증은 치매 증상을 더욱 빨리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먼저 환각, 망상 증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 약 800명을 대상으로 의료지침에 따라 약물 투여 없이 심리상담 치료를 시행했다. 이를테면 환자를 안심시키거나 음악, 산보 등으로 관심을 다른 데 돌리게 하는 치료법이다.
5주 후 이 중 351명은 정신병증이 여전했다. 그래서 이들 모두에게 피마반세린을 12주 동안 투여했다. 그중 62%가 피마반세린에 꾸준한 반응을 보였다.
이 시점에서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반은 피마반세린을 계속 투여하고 나머지 반은 위약(placebo)으로 바꾸어 26주 동안 투여했다.
18주 후 두 그룹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피마반세린 그룹에서는 13%, 대조군에서는 이의 두 배가 넘는 28%가 환각 또는 망상이 재발했다.
그러나 피마반세린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치매 환자가 참가하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장기간 효과에 관한 자료가 아직 없는 데다 치매 종류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는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임상시험 참가 환자는 반수 이상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이지만 3분의 1은 파킨슨병 치매, 혈관성 치매 또는 루이소체(Lewy bodies) 치매 환자였다.
발생 빈도가 높은 부작용은 두통, 변비, 요도 감염으로 나타났다.
이 약의 복약안내서에 나와 있는 부작용으로 부정맥의 일종인 'QT 간격 연장 증후군'(long QT syndrome)은 임상시험 참가자 중 3명에게서 나타났다.
피마반세린(제품명: 누플라지드)은 아카디아(Acadia) 제약회사가 개발해 2016년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망상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치매 환자의 정신병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은 승인된 것이 하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현병, 조울증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항정신병 제제(antipsychotics)가 대신 사용되고 있으나 진정(sedation), 운동장애, 현기증, 낙상 등 부작용 위험이 크고 뇌 기능 악화를 가속화시킨다. 여기서 진정이란 약물에 의해 의식 수준이 저하된 반수면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피마반세린은 망상을 촉발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뇌 신경세포의 특정 수용체(5HT2A)를 차단하기 때문에 이러한 항정신병 제제와는 작용 기전이 다르다. 따라서 항정신병 제제의 부작용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피마반세린은 약값이 상당히 비싸다. 2016년 판매 승인을 받아 시장에 나왔을 때 1년분 가격이 2만4천 달러(한화 약 2천765만 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