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보 넘기기 싫으면 나가” 중 엄포에… 줄줄이 무릎 꿇는 미 테크기업

2021-05-27 (목) 12:00:00 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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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이어 테슬라도 중국에 데이터센터
중 당국 압박 공세에 결국 굴복, 테슬라 “저장센터 설립” 발표

▶ 애플처럼 `관리권한’ 넘길수도, 현지사업 핑계로 중 정책 순치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에 데이터저장센터를 둔다고 발표했다고 26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애플 같은 ‘선배' 미국 기업의 경로를 따라 중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에는 회사 운영 과정에서 쌓이는 거래 내역, 고객 신상 등 많은 정보를 보관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데이터센터를 사업 대상 국가나 지역별로 저장, 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데이터센터를 현지에 둘 경우 검열 위험에도 노출된다.

하지만 테슬라도 손을 들었다. ‘만리방화벽’이라는 인터넷 장벽을 쌓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기업 정보를 모두 중국 내에 저장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해외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모두 자국에 두게 되면 중국 기업의 정보와 마찬가지로 해외 기업의 사업 내용을 감시, 검열할 수 있다. 미국 같으면 당장 기업들이 경영 활동의 자유를 외치겠지만 중국에서는 완전 딴판이다. ‘싫으면 나가라’는 중국의 엄포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중국 현지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정보 관리 권한이 결국 중국 당국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 키만큼은 미국에 두려고 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거부해 결국 키를 넘겨줬다. 중국 내 애플 고객들의 모든 정보가 중국의 검열 대상이 된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8년 데이터저장센터를 중국 내에 설치했다.

테슬라 고객 데이터의 디지털 키도 중국 정부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정보에 대한 중국의 단속과 검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2년 구글 검색이 중국 내에서 차단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페이스북·트위터까지 해외 소셜미디어는 대부분 중국에서 금지된 상태다.

중국의 압박이 최대화된 것은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한 2017년 ‘사이버보안법(네트워크안보법)’ 제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에서 정보기술(IT)이나 금융 등 중대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중국 정부가 요구하면 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금지한 콘텐츠는 기업이 자체 검열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사실상 기업 정보를 중국 정부가 장악한 것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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