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흉흉했다. 공포가 엇 누르고 있는 가운데 귓속말에서 귓속말로 전해지는 사망자 수는 자꾸 불어났다. 백 단위에서 천 단위, 심지어 만 단위까지. 유언비어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언론사 기자들조차 진상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메모 형태의 기록이 나돌았다. 광주 현장에 취재를 갔던 한 기자가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상황을 기록한 기자 수첩을 복사해 동료 기자들에게 돌린 것이다. 부분적 기록에 불과하지만 그 메모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계엄 상태에서 보도는 계속 통제됐고 현장 취재를 갔던 그 기자도 증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군부 당국에 연행된 것이다. 그 기자와 관련된 후일담은 이랬다. 심한고문을 받아 폐인이 되고 말았다….
메모를 돌려본 동료기자들도 대부분 화를 당했다. 당국에 끌려가는 고초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기자직에서 쫓겨났다.
41년 전 5.18에 대한 한 언론인의 단편적 기억이다. 그 5.18이 다시 소환됐다. 야권의 대권주자로 유력시 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메시지를 내면서다.
윤 전 총장은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5·18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5·18 정신은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남용해 누구를 탄압할 때,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끊임없이 거부하고 저항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에서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보편적 인권 정신에 입각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에 이름을 빼서 안 된다”며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규탄을 해야 하지만 안 한다”고 했다. 그리고 “5·18 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고 했다.
대권을 바라본 정치적 메시지인가. 그런 측면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란 지적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중국 공산당국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갔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노래 제창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 것이다.
‘80년의 광주’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모델이 되면서 광주의 노래, ‘임을 향한 행진곡’은 독재 권력에 저항해 싸우는 홍콩, 타이, 미얀마 등 젊은이들의 애창곡이 된 것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개별 국가를 초월한 21세기형 민주주의 동맹이 아시아에서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소 앙숙관계다. 그런 타이와 미얀마의 젊은 시위대들이 기꺼이 서로 돕고 민주화 투쟁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그 5.18 정신을 박제화 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5.18 특별법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 비방, 왜곡, 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는 것이 이 법이다.
그런데 그 허위사실이라는 게 애매하기 짝이 없다. 역사를 보는 시각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문 정권은 역사적 사실을 자기의 잣대로 정의하고 이에 반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거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나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는 안중에 없다는 자세다.
그러니까 5·18 정신을 독점해 광주에 밀폐함으로써 5.18정신이 국민의 자산이 될 수 없게 하는 것이 5.18 특별법이고 그런 면에서 독재적 발상이란 비난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밀폐된 5,18정신. 그 해방의 날은 언제나 올까.